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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불평등= 자본주의”… 피케티가 정말 옳았나

본문

 

 

부유해진 근·현대사회 핵심 기제 자본주의
최상위 1%에 소득 집중… 불평등 심화시켜
대의·발언권 평등이라는 기본원칙 침해
민주주의 체제까지 위협… 정치 갈등 유발

 

파리경제대학 교수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 출간된 지 3년이 넘었지만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21세기 자본’은 그간 30여개국에서 230만부가 팔리고 여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3년여 동안 자본주의는 근·현대 인류사회를 부유하게 만든 핵심기제라고 주장하는 옹호 진영과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자동적으로 조장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 진영이 맞붙어왔다.

 

피케티는 과연 옳았는가? 미국식 자본주의를 뒷받침해 온 하버드대학이 특별 프로젝트를 꾸려 검증에 나섰다. ‘불평등=자본주의’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뿌리째 흔들어버릴 수 있는 폭발력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하버드대학이 검증작업에 팔을 걷고 나선 데는 지난해 말 미 대선 이후 피케티의 확신이 점점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신간 ‘애프터 피케티’는 하버드대학에서의 이 같은 논쟁과 검증작업을 담은 책이다. 원제목은 ‘After Piketty: The Agenda for Economics and Inequality(2017년). 이 책은 불평등에 관한 대부분 주제를 망라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로버트 솔로, 마이클 스펜서를 비롯한 쟁쟁한 학자 21명이 검증과 평가에 참여했다. 크루그먼은 피케티의 확신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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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케티(오른쪽) 파리 경제대학 교수와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는

 “제2차 도금시대(1945년 이후)에 들어선 지금 이윤 추구가 최대 목적인

자본주의는 부의 불평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 책에서 크루그먼은 주장한다. “예나 지금이나 막대한 부는 곧 막대한 영향력을 의미한다. 단지 정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적인 담론에서도 그렇다. 2016년 12월 이후 미국 내각은 전례 없이 부유하게 구상되고 꾸며졌다. 이는 정부가 권력층과 부유층의 목소리를 증폭하는 확성기 역할을 한다는 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누가 고위공직자의 자격을 얻을 것이며, 누구의 이해관계가 윗선에서 받아들여질 것인지는 자명하다.”

 

크루그먼은 과거보다 오늘날의 불평등이 훨씬 심각하다고 보았다. 전후 미국을 이끌어 온 경제엘리트는 자본소득보다는 임금소득에 의해 형성되었지만 보수정치는 자본 소득자들을 중시해 왔다. 그럼에도 부동산 자본으로 고소득을 취한 트럼프의 주장에 미국 백인 대중은 영합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증대시키고 소수 민족과 이민자들의 유입을 차단하는 데 많은 표를 몰아주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40여년간 경제성장이란 명목하에 부자에게 부과되는 실효세율을 크게 낮춰왔다. 이는 미국을 매우 불평등한 저성장 국가로 만들었으며, 한편으로 포퓰리즘에 영합하는 분노한 유권자들을 양산했다.

 

피케티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세기 부유한 국가에서 불평등이 증가한 이유는 최상위 1%에 소득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케티 주장에 따르면 2차대전 전후 불평등과 성장이 균형을 이룬 것처럼 보였던 것은 전쟁 중 자본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자본 파괴로 자본소득자들은 일시적으로 수입을 거둬들일 수 없었다. 그러기에 한때 자본주의는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경제를 성장시키는 동력이라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2차대전의 영향이 거의 사라진 지금 자본주의는 다시 기지개를 켜고 불평등을 향한 거침없는 행진은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자본주의가 초래한 불평등은 민주사회의 토대를 이루는 능력주의의 가치들을 근본적으로 침식한다”고 주장한다. 현대 경제학자들 역시 자동적인 불평등에 매몰되었다고 비판한다.

 

피케티는 자본주의가 현대 민주사회에 끼치는 우려를 구체적으로 짚어냈다. 즉, 불평등은 발언권과 대의권의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침해하며 경제적 불평등이 정치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면서 과도한 불평등은 폭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피케티 주장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어 “회계와 금융의 실질적인 투명성, 그리고 정보의 공유 없이는 경제 민주주의란 불가능하다”면서 “반대로 정보에 대한 기회균등이 보장되지 않는 한 투명성도 아무 소용이 없다. 정보는 민주적 제도를 뒷받침해 주는 것으로서,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피케티는 보통 시민들의 열린 논의와 정치토론을 위주로 하는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를 제시한다. 숙의민주주의는 강력한 민주주의 사회를 위한 보다 효과적인 기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가는 세금과 사회보험을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피케티는 앞으로 부의 불평등을 유발할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할 수 있으며 정치적인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http://www.segye.com/newsView/20171124003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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