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1일



존경하는 선학평화상 위원 여러분, 각국의 귀빈 여러분, 

공동수상자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이 영예로운 상을 아시시 대학교 공동체를 대표하여, 그리고 아프리카의 미래를 짊어진 청년들을 대표하여 받게 되어 깊은 감사와 큰 영광의 마음을 전합니다.


먼저, 눈부신 경제 기적을 이룩한 대한민국 국민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1950년대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제가 대학생이던 1980년대, 한 경제학 교수님께서 1960년대에 한국의 경제 정책 수립을 돕던 경험을 강의 중 나누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경제 변혁이 단지 자국의 번영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 걸쳐 수많은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1990년대, 제 첫 아이가 태어났을 무렵, 한국의 경제 도약과 그것이 아시아인들의 자존감에 미친 영향을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아프리카 대륙은 여전히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고, 이는 제 아이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걱정되었습니다. 저는 ‘과연 그 아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할까?’, ‘과연 세상은 그들을 어떻게 바라볼까?’라는 질문에 직면했고, 아프리카의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강한 사명감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곧 제 아이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미국에서의 안정된 커리어를 내려놓고, 30대 중반에 고국 가나로 돌아왔습니다. 저의 아내 레베카, 그리고 몇몇 뜻을 같이한 동료들과 함께, 2002년 비영리 교육기관인 아시시 대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우리의 비전은 담대했습니다. 바로 윤리적이고 기업가정신을 갖춘 리더를 양성하여, 아프리카 전역에 혁신과 성장, 번영을 실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아시시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진보적인 고등교육기관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졸업생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두뇌들이라 불리며, 의미 있는 혁신과 지속 가능한 해법들을 세상에 내놓고 있습니다. 아시시는 현재 아프리카에서 영향력 있는 대학 상위 10위 안에 들며, 우리 공동체는 오늘도 아프리카 대륙의 번영을 위한 담대한 여정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 여정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 한 민족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선학평화상의 비전을 생각하며, 저는 세 명의 학생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는 우리가 다음 세대를 향한 진심 어린 관심과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때 얼마나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가나의 난민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라이베리아 내전을 피해 가나로 온 난민들 중 일부는 전직 전투원들이었고, 그들 사이의 갈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은 갈등 중재 활동에 참여했지만,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기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들이 소규모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학생들은 경영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놀랍게도, 갈등하던 이들이 나란히 앉아 비즈니스 노하우를 배우며, 갈등이 잠시나마 잊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평화가 싹트는 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2006년부터 2007년 사이, 아시시 학생들이 정직 문화의 주체가 되겠다는 결단을 내리며, 아프리카 최초로 명예 시스템(Honor System)을 도입한 사례입니다. 학생들은 시험을 감독 없이 치르며, 스스로와 서로를 정직하게 만들겠다는 다짐을 실천했습니다. 2008년 이후, 모든 신입생은 명예 시스템 도입 여부를 토론하고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만 도입됩니다. 이 문화 덕분에 아시시 졸업생들은 기업과 기관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인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는 북가나의 농촌에서 자란 한 소년 이야기입니다. 아시시 학생들이 자원봉사 교사로 그 지역을 방문했을 때, 그는 처음으로 대학이라는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전액 장학금으로 아시시에 입학한 그는, 입학 전까지 한 번도 컴퓨터를 사용해본 적이 없었지만, 졸업 시에는 말라리아를 진단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올해 그는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아프리카의 가장 취약한 지역에 기술을 통해 삶을 개선하는 일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이야기를 통해 제가 얻은 교훈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공동의 목적은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차이에 집중하지만, 공통의 목표에 초점을 맞출 때 더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둘째, 사람이 자기 삶의 목적을 발견하면 놀라운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셋째이자 가장 중요한 교훈은, 사람들에게 창조하고 발전할 수 있는 도구와 자원을 제공하는 일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는 길이라는 점입니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인간 정신을 고양시키는 일, 인내와 용기,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의 가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리더십이란 타인을 위한 삶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교훈을 우리 청년들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얼마 전 60세 생일을 맞았을 때, 아시시의 동료와 학생, 졸업생들이 함께 모여 따뜻한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난 25년간의 여정을 돌아보았고, 이 길을 걸어온 모든 이들과의 유대감을 느꼈습니다. 지금 다시 서른다섯 살로 돌아간다 해도, 저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한국의 역사, 아시시의 경험, 그리고 선학평화상의 정신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바로 청년과 교육, 리더십에 대한 투자가 하나의 지역이나 국가를 넘어 전 세계를 변화시키는 파급 효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입니다.


한학자 총재님과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께, 세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귀한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앞에 놓인 길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인내와 끈기, 용기를 가지고 함께 걸어간다면, 우리의 목표는 결코 멀지 않습니다.


문선명 총재님께서 남기신 말씀처럼, “우리가 살아갈 길은 서로의 사랑에 의존하는 길입니다. 모든 이기심이 사라질 때까지 주고 또 주어야 합니다. 바로 거기에서 평화는 시작됩니다.”


다시 한번 이 상을 수여해주신 데 깊이 감사드리며, 저는 이 상을 아프리카 청년들—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희망의 등불—을 대신하여 받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