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한학자 총재님, 바로소 위원장님, 저명하신 내빈, 신사 숙녀 여러분!

이번에 선학평화상 수상자가 되어, 앞서 수상하신 명망 있는 분들의 뒤를 잇게 된 것을 더 없는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만약 2년 전이었다면 제가 선학평화상 후보에 오르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활동하는 과학자이며,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을 위해 몇 년간 연구를 해왔습니다. 저는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를 상대로 신속한 백신 개발에 주력했던 연구팀의 일원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당시 서아프리카에서 최대 규모의 감염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에볼라 백신 개발은 초기에는 빠른 속도를 냈었지만, 다음 단계에 관한 결정이 내려지는 동안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이로 인해 하나 이상의 백신에 대한 보호 효과를 테스트할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저는 연구팀 내에서 어떤 과정이 순조로운지, 어디에서 지연이 발생하는지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유사한 상황에 처할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여러 단계를 계획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주목했습니다.

 

2020년 초 새로운 바이러스가 질병을 유발하며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보고를 접하고 저는 백신 개발을 개시했습니다. 바이러스가 확산할수록 우리 연구팀은 성장했습니다. 백신이 생산되고, 임상 실험을 거치고, 마침내 긴급사용승인을 받는 단계까지 나아갔습니다. 저는 그때 수많은 전문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특혜를 누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지식과 경험, 이에 더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수고를 보탬으로써 개발된 백신이 최단시간에 세계에 보급되는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협력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는 팬데믹 기간 동안 수익창출 없이 백신을 생산하고, 전 세계 중저소득 국가에 한해 이 같은 가격정책을 고수하는데 동의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제조는 백신 공급의 최대화, 백신 효과의 최대화를 목표로 전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소한 170개 국가에서 이 백신을 사용 중이며, 현재까지 25억 회분이 넘는 백신이 만들어졌습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 인구의 60퍼센트 이상이 최소한 1회 이상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했습니다. 이제는 다양한 백신들의 대량 접종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나라에 백신을 보내야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팬데믹의 타격이 줄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 생활로의 복귀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태연히 일상으로 복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잘했던 일과 잘못했던 일로부터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합니다. 미래에는 공평한 백신 공급이 이뤄지도록 전세계 백신 제조시설의 수를 늘여야 합니다.  또한 백신 뿐만 아니라 질병을 관리하고 밝혀내는 첨단기술도 꾸준히 개발되어야 할 것입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무척 유익한 국제 협력 사례가 있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실시된 아스트라제네카 3차 임상실험이 좋은 예입니다. 우리는 사는 곳이 어디고 수입이 얼마이며 정치적 견해가 어떻든 간에 바이러스는 차이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방어력을 높여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방어가 아닌, 인류 공동의 적인 해로운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방어력을 높여야 합니다. 서로 각자의 장점을 사용하여 협력한다면 인류는 더욱 큰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옥스포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생산은 때때로 지치고 버거운 작업이었지만 매우 중요하고 보람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우리의 업적을 알고, 진로 선택에 도움을 받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우리가 또다시 전염병의 위협에 대응해야 할 때 정부와 국제기관들이 손잡고 협력함으로써 2020년보다 더 철저히 준비된 모습을 갖출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