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선학평화상 수상자인 소말리아 출신 와리스 디리 여사는 여성을 상대로 수천년간 지속된 할례를 전 세계적으로 공론화했다. 다른 수상자인 나이지리아의 아킨우미 아데시나 박사는 식량문제 개선에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가장 가난한 대륙의 사람들이 직면한 기초적인 인권과 생존에 직결된 사안을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22일 선학평화상위원회는 “미래 평화 어젠다로 아프리카의 인권과 개발을 제시한 것”이라며 수상자 결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선학평화상을 제정하며 강조한 ‘전 인류 한 가족’이라는 비전이 가장 소외된 아프리카와 함께 나아가야 현실화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지난해 2월 3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17 제2회 선학평화상 시상식’에서 한학자 총재(왼쪽)가 아프간 여성 교육가인 사키나 야쿠비 박사에게 상금과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여성은 아프리카의 뼈대다”
일부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행해지는 여성 할례는 10대 소녀들의 외부 성기 일부를 제거한 뒤 작은 구멍만 남기고 봉해버린다. 순결을 위한 의식이라고 하지만 불임, 요도 손상 등은 물론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악습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 중동 등 30개국에서 2억명의 여성이 할례를 당하고 있으며 연간 약 350만명, 하루 평균 9800명이 할례 때문에 죽음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와리스 디리는 여성 할례의 문제를 처음 전 세계적 이슈로 공론화했다. 피해 당사자이기도 한 그는 고통의 소리를 낼 길 없는 수억명의 아프리카 여성들을 대신해 1997년 할례를 고백했다. 이후 인권운동가로 변신해 펼친 활발한 활동은 할례를 근절할 제도적 방안을 도출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여성 할례를 금지한 ‘마푸토 의정서’ 비준, 유엔총회 결의안은 “수억명의 소녀들을 구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사막의 꽃 센터’ 설립은 이미 할례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조치였다. 2013년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에서 설립된 센터는 성기 재건 수술과 심리치료, 직업 훈련,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와리스 디리는 여성 할례가 딸을 비싼 값에 시집보내려는 부모의 경제적 필요에 따라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여성의 자립을 강조한다. ‘기초 문식성 교육’과 직업 교육에 정성을 쏟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와리스 디리는 “나는 아프리카의 여성이 강인해지는 걸 보고 싶다. 여성은 아프리카의 뼈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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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아프리카의 우위를 확보할 최적의 분야”
아데시나 박사는 아프리카가 만성적 빈곤을 극복할 비전으로 ‘농업의 혁신’을 제시했다. “농업은 아프리카 각국의 경제 다각화를 이루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전 세계에서 아프리카가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록펠러 재단의 농업수석연구원으로 일한 그는 ‘농업-판매 이니셔티브’ 모델의 고안과 전파, ‘아프리카 비료 정상 회담’ 개최, 빈농을 위한 혁신적인 금융시스템 구축 등을 주도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11년 나이지리아 농림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5년 만에 식량 생산량 2100만t 증가, 농업에 대한 56억달러 투자 유치 등의 성과를 거뒀다.
2015년 아프리카개발은행 총재로 취임한 뒤에는 ‘전력 등 인프라 확충’, ‘식량 공급’, ‘산업화’, ‘역내 통합’, ‘삶의 질 향상’을 주력 목표로 설정, 아프리카 대륙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아프리카가 ‘빈곤의 대륙’에서 ‘기회의 대륙’으로 거듭나기 위해 국제사회가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방식을 ‘원조’에서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아데시나 박사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