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져 평화에 대한 논의가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이때, 선학평화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해 평생 헌신한 문선명 한학자 총재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설립자께서는 인류 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근본적인 평화의 가치와, 대화와 협력을 고취하셨습니다.
오늘날 미래세대와 지속 가능한 평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지난 30년간 전쟁으로 피폐해진 르완다, 페루,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캄보디아, 이라크, 아프간, 수단에서 환자들을 수술해오며 전쟁의 잔혹함과 그 파괴적인 영향력을 봐왔습니다. 제가 23년 전 설립한 인도주의적 기관인 ‘이머전시’는 무료로 높은 수준의 의료·외과 서비스를 전쟁 피해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단지 부상당한 난민뿐 아니라 미래 전체 세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을 고통과 굶주림으로 몰아넣고 있는 많은 갈등들은 고의적으로 무시되고 있습니다. 대학살은 이루 다 기억할 수도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에게 그런 비극은 자신들의 일상과는 너무 먼 낯선 일처럼 보입니다. 폭탄과 포탄이 터지고 난 후, 그곳에 살아남기 위해 고통스럽게 몸부림치고 있는 사람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 채 우리는 쉽게 뉴스를 봅니다. 그러나 전쟁피해자의 90%는 우리와 같은 민간인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안전하게 살고 싶은 소망을 가진, 우리와 똑같은 욕구, 똑같은 희망, 똑같은 바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상위 8명의 부자가 하위 36억 명의 부를 소유하는 한편, 9명 중 1명은 굶주리며 잠자리에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갈수록 아주 위험한 여정을 떠나고 있고, 더 나은 미래를 찾기 위해 분투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6천만 명 이상이 강제이주민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평화로운 미래를 꿈꾸며 고향을 떠났지만 우리는 그들의 희망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시칠리아에 도착한 한 소말리아 난민 남성이 “내가 뭘 잘못했죠?”라고 물었지만 저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난민 위기’에 대처하는 유럽의 인권 접근방식에서 우리는 ‘위선’을 봤습니다. 겉으로는 평화와 민주주의와 기본권의 원칙을 강력히 고취하고 있지만, 전쟁과 빈곤을 피해 도망 온 수천 명의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고 문화적 장벽과 벽으로 이루어진 요새를 세웠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사례는 상징적입니다. 지난 15년간 아프간은 새로운 전쟁으로 피폐해졌습니다. 아프간 각지의 우리 병원에는 매년 피해자 수가 갱신되고 있으며, 그중 1/3은 어린아이들입니다. 아프간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난민 발생국이며, 난민 중 300만 명이 파키스탄이나 이란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이 비극은 오랫동안 서구 국가들에 의해 무시되어오다가 최근 아프간 난민들이 유럽으로 이주하자 비로소 수면 위로 부각되었습니다. 유럽 지도자들은 난민 환영·통합 프로그램에 투자하며 갈등의 근본 원인을 다루기보다는, 아프간 정부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망명 신청자를 합법적으로 아프간으로 추방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난민들의 산산이 조각난 삶은, 우리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생존을 원한다면 전쟁 폐지는 필수적이고 필연적입니다. 전쟁 폐지는 70년 전 설립된 유엔의 핵심 임무지만 오늘날까지 이를 완수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머전시는 전쟁 폐지야말로 인간의 고통을 끝내고 보편적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유일하고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해결책이라 믿습니다. 이를 위해 평범한 시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들과 함께 국제적인 반전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쟁 없는 세계는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행동을 취하고 평화를 이루는 것은 세계 시민의 몫입니다. 인류의 발전이 계속되기를 원한다면, 전쟁 논리를 포기하고 형제애와 연대를 긴급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도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기를 간청하는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