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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목록(Red List)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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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목록(Red List)’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전 세계 생물종의 멸종위험을 과학적으로 평가한 목록이에요. 2026년 최신 발표 기준으로 17만 5,909종이 평가됐고, 그중 4만 9,505종이 멸종위협에 놓여 있습니다.
적색목록은 쉽게 말해 지구 생명체의 ‘건강검진표’라고 할 수 있어요. 사람도 건강검진을 통해 현재 상태를 살피듯, IUCN은 동물·식물·균류 등 여러 생물종의 개체 수와 서식지, 감소 속도를 살펴 멸종위험을 기록하죠.
2026년 공개된 최신 자료에는 175,909종의 평가 결과가 실려 있어요. 17만 종이 넘는다니 숫자만 봐도 놀랍죠. 그런데 이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생물종의 일부일 뿐이에요. 아직 충분히 조사되지 않은 식물과 무척추동물, 균류가 많아서 실제 멸종위험의 규모는 지금 기록된 것보다 더 클 수 있습니다.
적색목록은 1964년에 시작됐습니다. 1994년에는 오늘날 평가체계의 토대가 된 분류 기준이 마련됐고, 이후 꾸준히 보완되며 지금의 9개 범주 체계를 갖추게 됐죠. 몇 년마다 한 번씩 내는 보고서라기보다, 새로운 조사 결과가 들어올 때마다 계속 업데이트되는 ‘살아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가깝습니다.

▲ IUCN 적색목록은 생물종의 멸종위험을 멸종(EX)부터 미평가(NE)까지 9개 범주로 구분합니다.출처: IUCN Red List


▲ IUCN 공식 홈페이지에서 전 세계 생물종의 최신 적색목록 평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IUCN Red List
그런 의미에서 세계자연기금(WWF)의 「지구생명보고서 2024」는 꽤 무거운 신호예요. 1970년부터 2020년까지 모니터링된 야생 척추동물 개체군의 평균 크기가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모든 야생동물의 73%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에요. 조사 대상 개체군의 평균 규모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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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고 멸종위험을 판단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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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등급은 어떻게 정할까요? 평가자들은 단순히 “요즘 잘 안 보인다”는 느낌만으로 등급을 정하지 않아요. 개체 수가 얼마나 빠르게 줄었는지, 서식 범위가 얼마나 좁아졌는지, 번식 가능한 성숙 개체가 몇 마리인지, 서식지가 얼마나 잘게 나뉘었는지 등을 함께 살핍니다. 필요하면 일정 기간 안에 멸종할 확률까지 계산해요.
● 멸종(EX, Extinct)
마지막 개체까지 사라져 더 이상 생존 개체가 없다고 판단되는 상태입니다.
● 야생절멸(EW, Extinct in the Wild)
야생에서는 사라졌고 사육·재배 상태나 과거 분포지 밖에서만 살아남은 상태입니다.
●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
야생에서 극도로 높은 멸종위험에 놓인 상태입니다.
● 위기(EN, Endangered)
야생에서 매우 높은 멸종위험에 놓인 상태입니다.
● 취약(VU, Vulnerable)
야생에서 높은 멸종위험에 놓인 상태입니다.
● 준위협(NT, Near Threatened)
현재는 멸종위협종 기준에 들지 않지만 가까운 미래에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는 상태입니다.
● 최소관심(LC, Least Concern)
평가 결과 현재 멸종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입니다.
● 정보부족(DD, Data Deficient)
자료가 부족해 현재의 멸종위험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 미평가(NE, Not Evaluated)
IUCN 기준에 따라 아직 평가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가운데 위급(CR)·위기(EN)·취약(VU) 세 범주를 묶어 ‘멸종위협종’이라고 불러요.
2026년 기준으로는 평가된 175,909종 가운데 49,505종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단순 계산으로 약 28%지만, 이를 “지구 전체 생물종의 28%가 멸종위기”라고 받아들이면 곤란해요. 아직 평가되지 않은 종이 훨씬 많고, 생물군마다 조사 수준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 IUCN 적색목록에 등재된 멸종위기종을 소개하는 영상입니다.출처: IUCN 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 YouTube
그리고 의외로 눈여겨봐야 할 범주가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정보부족(DD)입니다. 이름만 보면 덜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정보부족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에요. 개체 수와 분포를 판단할 자료가 모자라 위험한지 아닌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는 뜻이죠.
깊은 바다나 외딴 섬, 접근하기 어려운 숲에 사는 종은 조사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심각한 위험에 놓여 있어도 우리가 늦게 알아차릴 수 있어요. 그래서 보전의 첫걸음은 때로 거창한 구조 활동이 아니라, "그곳에 무엇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 제대로 조사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 정보부족(DD)은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라, 멸종위험을 판단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출처: IUCN Red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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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평가하고 등급은 어떻게 바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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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목록은 IUCN 직원들만 만드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해당 종을 잘 아는 연구자와 전문가라면 IUCN 기준에 맞춰 평가자료를 작성해 제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료를 냈다고 바로 목록에 오르는 건 아니에요. 근거가 충분한지, 기준이 올바르게 적용됐는지 전문가 검토와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한 번 정해진 등급이 영원히 고정되는 것도 아니에요. 새로운 조사자료가 나오거나 개체 수와 서식지가 달라지면 등급이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 있습니다. 분류학적 변경이나 과거 평가의 오류가 바로잡히면서 등급이 달라지기도 해요.
멸종된 줄 알았는데 다시 발견된 브라질 과라주바 나무

▲ 2015년 리우데자네이루 식물원에서 다시 발견된 과라주바 나무입니다.출처: Global Trees Campaign
브라질의 과라주바 나무(Terminalia acuminata)는 오랫동안 야생에서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2015년 리우데자네이루 식물원 관계자들이 살아 있는 개체를 발견했어요. '멸종'으로 알고 있던 종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죠.
이런 발견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에요. 그렇다고 곧바로 "이제 안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에요. 발견된 개체가 적고 서식지가 제한적이라면 여전히 보호가 필요합니다. IUCN이 등급 하향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이유예요. 일반적으로 더 낮은 위험 범주의 기준을 충족한 상태가 일정 기간 유지되는지도 확인합니다.
지역에서는 이미 사라질 수 있는 바다소 듀공

▲ 듀공은 IUCN 적색목록에서 취약(VU)으로 평가된 해양포유류입니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듀공은 얕은 바다에서 천천히 헤엄치며 해초를 뜯어 먹는 대형 해양포유류예요. 먼 옛날 선원들이 듀공을 보고 인어로 착각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전 세계 단위의 IUCN 적색목록에서 듀공은 취약(VU)으로 평가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별 상황은 크게 달라요. 2022년 연구진은 중국 연안의 듀공 개체군이 지속가능한 집단을 유지하기 어려운 '기능적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고 분석했습니다. 전 세계 듀공이 모두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지만, 어떤 지역에서는 이미 회복이 매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경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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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인도 호랑이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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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는 IUCN 적색목록에서 위기(EN)로 평가되는 멸종위기종입니다.출처: IUCN Red List
호랑이는 여전히 IUCN 적색목록의 위기(EN)종이에요. 서식지 파괴와 밀렵, 먹잇감 감소로 한때 벼랑 끝까지 몰렸습니다. 하지만 인도의 사례는 장기간의 보호정책이 실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요.
인도는 1973년 '프로젝트 타이거'를 시작해 핵심 서식지를 보호하고 밀렵 단속과 개체군 조사를 이어왔습니다. 2022년 인도의 야생 호랑이 추정치는 약 3,682마리로, 2010년의 1,706마리보다 두 배 이상 늘었어요. 물론 지역에 따라 갈등과 서식지 압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랜 보호와 관리가 개체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죠.
멸종위기종을 지키는 두 개의 축
1. 정부와 국제사회의 제도적 보호
서식지를 법으로 보호하고, 불법 거래와 밀렵을 단속하며, 장기적인 조사와 복원 예산을 마련해야 합니다.
2. 시민의 관심과 생활 속 선택
멸종위기종과 서식지 문제를 알고, 책임 있는 소비와 생태보전 활동에 참여하는 일도 변화를 만드는 힘이 됩니다.
생물종 하나가 사라진다는 건 이름 하나가 목록에서 지워지는 일이 아니에요. 꽃가루를 옮기고, 숲을 되살리고, 다른 생명의 하루를 이어주던 역할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죠.
적색목록은 멸종의 명단이지만, 동시에 아직 손쓸 수 있는 곳을 알려주는 지도이기도 해요. 인도의 호랑이처럼, 생명은 기회를 주면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어쩌면 단순해요. 사라지는 것을 제때 알아차리고, 알아차린 뒤에는 모른 척하지 않는 것.
자연은 인간 없이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 없이 살 수 없습니다.
글. 최연제 국장
참고문헌
1. IUCN, The IUCN 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 (2026)
2. IUCN, Summary Statistics (2026)
3. IUCN, Red List Categories and Criteria, Version 3.1
4. IUCN, The IUCN Red List Assessment Process
5. WWF, Living Planet Report 2024
6. Turvey, S. T. et al., "Functional Extinction of Dugongs in China,"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