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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막 내린 CO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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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향후 손실과 피해 기금을 설립하고 운용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합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
https://news.un.org/en/story/2022/11/1130832
(출처 WEF)
지난 11월 6일부터 20일까지 15일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가 막을 내렸습니다.
알려진 대로 이 행사는 원래 18일까지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합의문에 들어갈 내용을 두고 이해 당사국들 간의 신경전으로 예정보다 늦게 끝났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여러 국가들의 대표들이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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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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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un.org/en/climatechange/cop27
그런데 COP27이 무슨 뜻인가요? 용어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연합의 기본 협약입니다. 1992년 브라질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정식으로 체결된 관계로 리우환경협약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1994년 3월 발표되었고 현재 198개국이 협약 당사국입니다. 당사국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계획과 결과를 위원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
유엔기후변화협약을 맺은 국가들의 회의체로 당사국총회라 부릅니다. 매년 개최되며 열린 횟수에 따라 뒤에 숫자를 붙입니다. 올해 이집트에서 열린 당사국총회는 스물일곱 번째 회의로 COP27이라 부릅니다. 제1차 COP는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습니다.
유명한 당사국총회
*COP3 : 1997년 주요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합의한 ‘교토의정서’ 체결
https://unfccc.int/sites/default/files/resource/docs/cop3/l07a01.pdf#page=24
*COP15 : 2009년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의 2℃ 이내로 제한하는 ‘코펜하겐 협정’ 체결
*COP21 : 2020년 만료되는 교통의정서를 대체한 2015년 ‘파리협정’ 체결.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기로 함
https://unfccc.int/sites/default/files/english_paris_agreement.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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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에서 다뤄진 이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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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에서는 어떤 주제를 다뤘을까요. 총회를 앞두고 많은 기관과 언론에서 COP27의 주요 이슈를 소개했는데요.
세계경제포럼(WEF)은 COP27 의장단이 정한 아래 네 가지를 목표를 소개했습니다.
1. 감축(Mitigation) : 모든 당사자, 특히 "모범을 보이는" 위치에 있는 당사자는 "대담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배출량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2°C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촉구
2. 적응(Adaptation) : COP27이 기후 변화 회복력을 강화하고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결정적으로 필요한 진전"을 이뤄야 함
3. 금융(Finance) :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약속된 연간 1,000억 달러 집행을 포함하여 기후 금융에 상당한 진전 촉구
4. 협업(Collaboration) : UN 협상은 합의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합의에 도달하려면 "모든 이해관계자의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
https://www.weforum.org/agenda/2022/10/cop27-why-it-matters-and-5-key-areas-for-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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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과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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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 폐막, 출처 UN)
하지만 이번 총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이슈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입니다.
개발과정에서 기후변화를 초래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이 받은 피해를 보상하라는 요구는 투발루, 피지 등 작은 섬나라(AOSIS) 협상그룹을 중심으로 1990년대 초부터 있어 왔습니다.
‘손실과 피해’는 2015년 파리협정에도 명시되었는데도 막대한 재정 부담을 우려한 선진국들의 소극적 자세로 당사국 총회의 의제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총회가 열린 지역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아프리카란 점과 이번에 처음으로 정식 의제로 채택된 만큼 큰 관심을 모았는데요,
‘손실과 피해’ 지원금의 재원 마련 문제는 폐막까지 연기할 정도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최대 쟁점이 되었습니다.
(출처 유엔)
특히, 올해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잠긴 파키스탄을 비롯한 134개 개발도상국 그룹은 ‘손실과 피해’ 대응을 전담하는 재정기구(financial facility) 설립을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선진국들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기보다는 녹색기후기금(GCF) 등 기존의 기구를 활용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의 손실과 피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자금조달제도와 기금을 수립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여기서 대응이란 법적 책임을 지는 ‘배상’이 아닌 인도적인 ‘지원’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022년 8월 파키스탄 홍수로 대피하는 사람들, AP)
여기서도 강대국들의 온도차가 있었다고 합니다.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는 기금을 받을 자격이 없고 오히려 기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중국은 기후회담에서 선진국 대접을 받는 것에 격렬히 저항했다고 하네요.
https://www.nytimes.com/2022/11/19/climate/un-climate-damage-cop27.html
(뉴욕타임즈 관련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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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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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unfccc.int/documents/624444 (COP27 합의문)
유엔은 역사적 합의를 이룬 것으로 이번 총회를 평가했지만 아쉬움에 대한 목소리도 많습니다.
BBC는 이번 총회의 결과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https://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63693738
1.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를 위한 공동기금조성을 하기로 한 약속은 2015년 파리협정(COP21) 이후 가장 중요한 발전입니다.
2.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후퇴가 있었습니다. 2025년 이전에 가스배출이 정점을 찍어야 하는데 합의문에는 그런 내용이 빠져있습니다. 석탄의 단계적 감축에 대한 명확한 후속 조치도 없고 ‘저배출 및 재생가능 에너지’라는 표현으로 가스 개발을 허용할 수 있게 한 점도 중요한 허점입니다.
3. 참여국들의 평균온도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의지는 강했습니다. 특히 1.5℃ 억제에 대해 선진국들과 섬 국가들의 깊은 연대감을 보였는데요, 중국은 1.5℃보다는 완화된 목표를 원했습니다. 이점이 선진국과 중국 사이의 주요 차이점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중국과 인도 등 일부 국가는 목표를 2℃로 완화하자는 입장입니다.
4. 화석연료 산업의 존재감과 힘이 드러났습니다. 모든 회의장에 석유 및 가스 산업 관련자들이 참석했고 화석연료 무역 박람회처럼 느껴질 정도였는데 이들의 영향은 최종 합의문에 반영됐다고 하네요.
5. 민주주의가 기후에 중요하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당선된 브라질 룰라 대통령 사례를 든 것인데요, 미국도 민주당의 상원선거 승리로 2030년 탄소감축 목표를 유지할 것으로 BBC는 전망했습니다. 아마존을 파괴했던 브라질 보우소나루 정권과 ‘기후악당’으로 알려진 트럼프 전 미국 정권을 빗댄 것입니다.
https://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63693738
(bbc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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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은 COP28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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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공동노력은 내년에 열릴 COP28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이번 총회에서 가까스로 ‘피해와 배상’ 기금 마련에 합의했지만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숙제는 다음으로 미뤄졌기 때문입니다.
당사국들은 내년 COP28에서 새로운 자금조달 방안과 기금을 운용하는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 위원회(transitional committee)’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지원대상국의 범위와 피해규모를 정하는 것도 중요한 의제로 남았습니다.
또한 내년은 파리협정 이후 각 국가가 노력한 기후위기 대응 실적을 점검하는 첫해이기도 합니다.
이번 COP27에서는 기술, 식량, 탄소시장, 물 분야 등 이 글에서 다루지 않은 많은 분야에 대한 논의와 성과도 있었습니다.
재난을 막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라는 큰 목표 아래서도 각 나라가 이익에 따라 협력과 대립하는 모습은 냉엄한 국제 현실을 보여준 것 같기도 합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조금씩이라도 진전된 성과에 만족해야 할지 천천히 가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