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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불평등을
가속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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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델리, 2020년 5월. 인도 빈민촌의 어린이들이 자선단체 음식 배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난은 불평등을 가속화합니다. 취약 계층이 처한 악조건은 재난에 의해 더욱 심화되고, 재난을 극복하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팬더믹도 그러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은 전 세계 곳곳에 퍼졌으나, 그 피해는 가난한 자들에게 더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20년 UNDP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는 1990년 이후 처음으로 교육, 보건 및 생활 수준의 하락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하락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에서 시작되었으며, 세계 모든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관찰되고 있습니다. 방역 조치로 인한 경제 위축은 유독 저개발국가의 주민, 저소득층, 여성,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의 삶에 더욱 가혹하게 밀어닥쳤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악화된 글로벌 불평등의 실체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습니다.
“코로나19는 마치 엑스레이처럼 우리가 건설한 사회의 연약한 골격에 생긴 골절을 보여준다.
곳곳에 퍼져있는 거짓과 오류가 드러나고 있다.
시장의 자유가 모든 사람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거짓말, 무급 돌봄은 노동이 아니라는 허상, 인종 차별이 종식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망상, 우리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다는 환상의 민낯이 밝혀졌다.
우리는 같은 바다에 떠 있지만 분명히 누군가는 호화 요트를 타고 있고, 누군가는 표류하는 잔해를 붙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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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드러난
글로벌 불평등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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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믹이 장기화 되면서 글로벌 소득·자산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장에 공급된 유동성으로 부자들의 재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봉쇄 조치로 일자리를 잃은 취약계층의 살림살이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2021년 2월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불평등 바이러스’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세계는 사상 최대의 불평등 증가를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코로나 19는 불평등 바이러스: 부자와 중산층은 전염병 극복을 위한 다양한 대응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수많은 빈곤층과 취약계층은 선택지가 없는 막막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메가 리치’가 불리는 상위 억만장자 1000명은 코로나19 이전의 최고치로 부를 회복하는 데 불과 9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전 세계 극빈층은 회복에 앞으로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 코로나19로 늘어나는 빈곤 인구 :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저소득국가의 약 9000만명의 인구가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국제통화기금 보고서). 팬데믹으로 인한 불평등이 현재 수준으로 이어진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빈곤 인구가 약 5억명가량 늘어날 전명입니다(세계은행WB 보고서).
○ 디지털화와 자동화로 가속화되는 양극화 : 코로나19는 생산과 작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불평등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늘어난 자동화와 재택근무는 저숙련 저임금 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시장을 더욱 위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재택근무 등 코로나19 시대의 ‘뉴 노멀(New normal)’이 정착되면서 팬데믹 이후에도 저숙련 노동자들은 일자리는 크게 감소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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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은 분노로
분노는 사회불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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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위는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수년간의 억압이 표출된 것입니다"
△ 콜롬비아 보고타, 2021년 5월 : 콜로비아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반대로 시작된 시위는 이반 듀크 대통령의 개편안 철회 결정에도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1년 5월10일 콜롬비아에서 빈곤과 불평등 등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폭발하며 시위가 확산되었습니다. 시위의 발단은 정부의 세제개편안이었습니다. 두케 정부는 한 달 월급이 약 650달러로, 최저임금의 3배에 그치는 사람들부터 세 부담을 늘리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는데, 중산층 이하 취약 계층에서 큰 반발이 일어난 것입니다.
시위대는 정부가 부자가 아닌 서민과 중산층의 주머니만 턴다며 분노했습니다. 코로나19로 더욱 심화한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억눌린 분노가 터진 것입니다.
2019년에는 에콰도르, 칠레, 레바논과 스페인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원인과 방식, 목표 등은 모두 다르지만, 사람들을 거리로 내몬 공통점은 불평등이었습니다. 시위대의 다수는 오랫동안 국가의 부에서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이었습니다.
에콰도르의 시위는 정부가 연료 보조금을 폐지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되었고, 칠레에서는 버스와 지하철 요금 인상이 시위를 촉발시켰습니다. 칠레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지만 가장 불평등한 국가이기도 합니다. 칠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소득평등도가 가장 낮습니다.
칠레에서 시위대와 치안세력이 충돌한 날,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고급 이탈리안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고, 시민들의 분노는 극대화되었습니다.
시위에 참가한 한 학생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주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수년간의 억압이 표출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정부 시위로까지 번진 칠레의 사태는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경제 불평등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칠레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는 사회불안을 촉발하는 화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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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부만
계속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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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00여 개국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옥스팜 인터내셔널(Oxfam International)은 매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2020년 1월 옥스팜은 보고서를 통해 억만장자들이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 많은 여성들은 배제되는 편향된 경제 체제 때문에 세계 불평등이 ‘통제할 수 없는’(out of control)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링크를 클릭하시면 옥스팜 불평등 보고서를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옥스팜 불평등 보고서(2020) 바로가기:
2020년 발표된 옥스팜 보고서에서는 정부가 의료, 교육과 같은 공공서비스를 위한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지 않음으로써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기업과 부유층에는 낮은 세금을 부과하고 탈세를 적절히 막지 못하고 있다고 고발했습니다.
○ 상위 1% 억만장자들의 부, 69억 명이 가진 부의 2배 :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는 69억 명의 인구가 가진 것보다 2배 이상 많은 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상위 1% 억만장자에게 부의 쏠림 가속화 : 1980년 지구촌의 가장 부유한 1%가 전 세계 소득의 16%를 차지했고, 하위 50%는 8%를 차지했습니다. 2016년에는 상위 1%가 전 세계 소득의 22%를, 하위 50%는 10%를 차지했습니다. 부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된다면 2050년에는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이 39% 가까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 전 세계 인구의 1/2은 하루 5달러 50센트 미만으로 생활 :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34억 명이 하루 5달러 50센트 미만의 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 최빈국 5세 이전 사망률, 부국의 3배 :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하위20%)의 5세 이전 어린이 사망률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상위 5%)의 5세 이전 어린이 사망률보다 3배 이상 높습니다.
○ 여성의 소득은 남성 소득의 1/2 : 전 세계 소득 불평등 지수의 최대 30%는 여성과 남성 사이의 불평등으로부터 기인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중위소득(한 국가의 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긴 후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하는 가구의 소득을 중위소득으로 삼는다)의 50% 미만을 벌어들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 여성 무급가사노동 시간은 남성의 2배 : 전 세계적으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2배 더 많은 시간을 무급 가사 노동에 사용합니다. 여성들의 무급 가사 노동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10조 8천억 달러입니다. 이는 여성들의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소득 수준을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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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평등이 발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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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개인의 역량 부족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적절한 복지제도의 부재, 부정부패, 불평등한 무역구조 등 사회적, 정치적, 구조적 불평등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글로벌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사회적 맥락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글로벌한 관점에서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 불안정한 정치 : 전쟁은 국가의 모든 기간시설을 파괴하고, 노동력 부족을 야기하며, 지속될 경우 투자나 기업 활동 둔화시킵니다. 또한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정부가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국내외 투자 및 다양한 경제활동이 축소되고 국가는 경제난을 겪게 됩니다.
○ 부정부패와 복지 부족 : 부패와 범죄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는 재정이 공공기반시설, 교육, 의료, 연금 및 사회 보장 등에 제대로 쓰이지 않고 부정부패로 새게 됩니다. 부패는 국민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경제발전의 동력이 상실되며, 결국 빈곤으로 귀결됩니다.
○ 열악한 경제 구조 : 부유한 나라의 경제 구조는 높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을 기반으로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이 IT 산업이나 특허 의약품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반면 가난한 국가일수록 농업 경제에 의존하고 있어 투자 대비 높은 이윤을 창출하기 힘든 경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 낮은 교육 수준 : 낮은 교육 수준을 갖춘 나라들이 원시적 1차 산업에 몰두할 때, 높은 수준의 교육을 통해 숙련된 노동력과 기술을 장착한 선진국들은 자본 집약적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 두 그룹 간 경제 격차는 심화됩니다. 보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하지 않고서는 기술 발달은 물론 창의적 경제활동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부는 어딘가에서 열심히 일한 누군가들로 인해 얻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 체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은 공정하게 포용되어야 합니다.
더 나은 세계가 되기 위해서는 자본의 논리가 아닌 인간 중심의 논리가 경제의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기업과 사회의 이윤이 시민 전체에게 좀 더 공평히 배분되고, 지속가능한 노동 환경이 조성된다면 불평등은 조금씩 해소되지 않을까요?
○ 공정하고 포용적인 정책 :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지구촌 전체의 빈곤은 감소했지만 빈부의 격차는 오히려 심해졌습니다. 경제 성장에만 중점을 두기보다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교육, 보건 등 공정하고 포용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공정한 세금 시스템 : 최고 부유층에 대한 적극적 과세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가장 필수적인 해법입니다. 누진소득세, 상속세 등 주로 부유층과 관련된 세금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중요한 불평등 해소 정책입니다.
○ 기본 소득 보장 : 경제 격차가 벌어질수록 저소득층의 노동생산성과 소비 수요는 하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경제 성장 방해로 이어집니다.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의 기본 소득을 보장하고, 최고임금제(고소득자의 임금 상한성을 지정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