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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이라는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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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대의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받는 플라스틱.
하지만 제작과 매립,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환경오염 때문에, 플라스틱은 인류의 재앙으로까지 불리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주원료가 ‘석유’라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연간 전 세계 석유 소비의 약 4~8%가 플라스틱 생산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 추세라면 2050년까지 석유 소비의 2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운송’과 ‘폐기’ 과정에도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요.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플라스틱은 생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토양이나 강, 바다에 유입되면 정화가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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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플라스틱에도 세금을?!
탈 플라스틱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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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저지를 위해 국제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탄소중립’이떠오르면서, 주요 국가들은 플라스틱이라는 '빌런'을 물리치기 위한 규제 및 재활용 관련 정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가장 빠른 건 유럽입니다. 유럽연합(EU)는 2021년부터 플라스틱세를 도입했습니다. 2030년까지 유럽연합 시장에서 사용되는 모든 플라스틱 포장재는 재사용할 수 있거나 재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포장 1Kg 당 0.8 유로(약 960원)의 세금이 부과됩니다. 또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도 추진중입니다.
중국은 2026년까지 분해가 불가능한 비닐봉지 사용금지를, 일본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재활용을 2배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석유계 혼합 바이오플라스틱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2050년까지 순수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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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플라스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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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탈 플라스틱 정책의 흐름을 타고 언제부터인가 ‘생분해’나 ‘친환경’ 마크가 붙은 비닐봉투나 컵이 우리 주변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이오플라스틱은 크게 ‘사용 후 생분해가 되는지’와 ‘천연 원료로 만들어졌는지’로 구분되는데요, 강조점에 따라 ‘생분해’ 플라스틱, ‘천연’ 플라스틱 등 여러 용어로 불리고 있습니다.
(출처 CJ제일제당)
○ 생분해가 되나요?
58℃ 안팎의 온도에서 6개월 내 90% 이상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걸 ‘생분해성 플라스틱’(Biodegradable plastic)이라 합니다.
미생물합성계통인 PHA, PHB 등과 천연물합성계통인 PLA, 석유화학 합성계통인 PBAT, PCL 등이 있습니다. 즉, PBAT, PCL은 비록 화학성분으로 만들었지만 생분해가 되니까 바이오플라스틱입니다. 한편 6개월 내에 60% 이상 분해되는 플라스틱은 ‘산화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 부릅니다.
○ 천연(바이오) 원료로 만들었나요?
옥수수, 사탕수수 같은 식물을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을 바이오매스 플라스틱(Biomass plastic)이라 부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바이오플라스틱들이 바로 옥수수나 사탕수수로 만든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인데요, 다른 바이오플라스틱에 비해 진입장벽도 낮고 생산 단가도 낮아 많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단, 열과 수분에 약하기때문에 주로 일회용봉투, 포장재, 컵, 식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내 한 배달전문업체가 출시한 바이오플라스틱 용기 (출처 배민상회)
그런데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이라고 모두 생분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제조와 소각과정에서 기존 플라스틱보다는 탄소배출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천연 성분으로 만들었다고 꼭 생분해되는 것은 아니며, 생분해 된다고해서 꼭 천연성분 기반인 것은 아닙니다. 이해하셨나요?
한편 바이오플라스틱이 그린워싱이라는 논란도 있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5년 11월 “생분해 플라스틱 이용이 늘어도 환경오염이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기온이 50℃가 넘어야 분해되는데 자연환경에서는 기온 50℃를 넘는 상황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http://www.sunhakpeaceprize.org/kr/news/issue.php?bgu=view&idx=586
(그린워싱에 관한 선학평화상 평화이슈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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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분해되는
진짜 바이오플라스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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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의 PHA 플라스틱 제품)
미생물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며 자연상태에서 생분해되는 ‘진짜’ 친환경적인 바이오플라스틱도 있습니다. 바로 PHA(Polyhydroxyalkanoate)을 소재로 만든 플라스틱입니다.
PHA는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몸 속에 쌓아 놓은 고분자 물질로, 고무와 비슷한 말랑말랑한 물성이 특징입니다. 이런 물성을 갖고 있으니 포장재나 비닐 봉투 등을 다양한 품목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PHA는 100% 생분해됩니다. 미생물이 만든 소재이기 때문에 미생물만 있으면 모든 자연 환경에서 100% 생분해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바다 속에서도 생분해되니 해양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녀석입니다.
(대니머사이언티픽과 제휴한 주류회사의 생분해성 술병)
PHA는 인체에 무해하고 탄소 저감까지 유도하는 소재니,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데요. 현재 PHA는 합성기술과 생산 능력까지 갖춘 기업은 전 세계에 단 세 곳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우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의 데니머사이언티픽(Danimer Scientific), 한국의 CJ제일제당, 일본의 카네카(Kaneka)가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생산비용 높아 경제성을 갖추는 것이 시급합니다. 산업통계 전문회사인 Statista는 전세계 PHA 시장 규모를 2020년 6,200만달러에서 2025년 9억800만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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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증가하는
바이오플라스틱 생산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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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이오플라스틱 생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일회용품 사용 규제 강화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2021년 12조원에서 2026년 34조원 규모로 연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2021년 연간 생산되는 전 세계 플라스틱은 3억 6,700만톤이라고 합니다. 그 중 바이오플라스틱은 약 1% 미만인 242만톤 정도 되는데요, 차차 증가하여 2026년에 2%인 약 759만톤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출처: 유럽 바이오플라스틱 협회)
(바이오플라스틱 생산량 추이, 자료 european bioplastics)
*녹색: 바이오기반+난분해성 플라스틱, 주황색 : 생분해성플라스틱
https://www.european-bioplastics.org/market/
(바이오플라스틱 시장 분석 상세자료)
(재료 유형에 따른 2021년 바이오플라스틱 생산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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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플라스틱
남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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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바이오플라스틱은 옥수수 유래 성분으로 만든 PLA플라스틱인으로, 커피 필터, 봉투, 식기, 섬유 등 다양한 아이템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남은 PLA식기(생분해 플라스틱)를 일반 플라스틱과 별도로 분리해서 배출 하시나요? 아마 답은 NO일 듯합니다. 아마도 바이오플라스틱이니 환경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위안과 함께 다른 플라스틱과 함께 버렸을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화학 플라스틱과 섞이면 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플라스틱과 섞이면 재활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PLA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과 분리해서 배출해야 합니다. 즉, 재활용 회수 센터에 ‘식물성 플라스틱 분류 공간’을 추가해서 별도로 배출해야합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PLA계통의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는 분해가 어려우므로, 생분해 조건을 갖춘 별도의 매립시설도 만들어야 합니다.
'환경 빌런'인 플라스틱을 대체할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었지만, 풀어야할 과제들이 산적해있습니다. 결국 플라스틱 문제는 근본적으로 일회용 문화가 맞물려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재를 바꾸는 것과 더불어 플라스틱 절대 소비량을 줄이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