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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달러를 무제한 공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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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은 이 어려운 시기에 미국 경제를 지원하고
최대 고용 및 물가 안정목표를 촉진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을 약속합니다.
미국 채권과 주택저당증권을 필요한 만큼 계속 매입할 것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2020.3.23.)
핵심은 ‘무제한 달러 공급!’ 2020년 코로나 발 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위와 같은 성명을 발표합니다.
이후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짧은 기간에 전 세계에 막대한 규모의 달러가 공급되기 시작됐습니다. 미국이 돈을 풀자 유럽과 일본도 무제한적으로 돈 풀기에 돌입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유럽, 영국, 일본의 4대 중앙은행은 자산 매입 등을 통해 약 11조 3천억 달러(1경 4,464조원)를 시중에 풀었습니다. 그 결과 2020년 연말에는 이들을 포함한 12개 주요국의 시중 통화량은 94.8조 달러로, 1년새 17.4%나 늘게 되었습니다.
https://www.atlanticcouncil.org/global-qe-tracker/
결과는 빚의 증가로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가 무제한으로 돈을 푼 결과, 2021년 전 세계 부채의 합계는 303조 달러(약 38경8천억 원)가 되었는데, 이는 전 세계의 GDP를 모두 합친 액수의 3.6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https://www.weforum.org/agenda/2022/05/what-is-global-debt-why-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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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관리하는 두 축,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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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경제이론을 잠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성장과 물가를 관리합니다.
○ 재정정책
재정정책은 정부가 세금을 걷고 사용하는 정책입니다. 경기확장 국면에는 세금을 많이 걷고 지출을 낮춰 경기 과열을 막습니다. 정부는 경기 하락 국면에는 세금을 낮추고 지출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 시킵니다.
○ 통화정책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이자율 조정을 통해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양(통화량)을 조절하는 정책입니다. 선진국에서는 물가안정이 중앙은행의 가장 큰 역할입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시중은행 간 금리를 올리거나 지급준비율 인상 등을 통해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합니다.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이 줄면 돈의 가치가 높아지고, 반대로 물가는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이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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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탈출 해법은
무제한 달러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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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출처 USA today)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밴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무제한 돈을 풀어 위기를 탈출했습니다. 버냉키 의장은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이 10년이나 이어진 것은 중앙은행이 소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며, 많은 달러를 풀었다면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진단했습니다.
밴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연준(미국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이 가진 주택저당증권 등을 매입하며 달러를 시장에 공급합니다. 더불어 저금리 정책을 써 엄청난 돈을 시중으로 유통시켜 소비를 증진시킵니다.
즉, ‘통화확대→ 금리인하→ 자산가격상승→ 부의효과* 극대화→ 소비증가→ 제품수요확대→ 공장가동률상승→ 고용창출→ 실업률하락→ 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연준의 목표였고, 그 의도는 정말 통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가 살아나게 된 것입니다.
*부의효과(wealth effect): 보유한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이 상승하면 소비도 늘어나는 현상
이러한 위기 탈출 방식은 2020년 코로나 위기상황에서도 적용됐습니다. 다른 점은 그 규모가 훨씬 커지고 속도는 더 빨라졌다는 것입니다.
(출처 한국은행)
미국은 2020년 3월부터 3개월 동안에만 약 3조 달러(3,840조원)를 풀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6년에 걸쳐 4조 5천억 달러(5,760조원)를 푼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얼마나 많은 돈이 풀렸는지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 풀린 통화량 M2, 2020년에 그래프가 수직상승하는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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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풀리자
주식·부동산·코인 가격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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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양상이 시장에 벌어집니다. 돈은 풀렸지만, 돈이 돌지 않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게 됩니다. 코로나로 사회가 셧다운 되면서 소비, 실물 투자심리는 위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시중에 풀린 막대한 돈은 대부분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주식, 부동산만 오른 게 아닙니다. 2021년 4월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전 세계 시총 1위인 애플에 맞먹을 만큼 올랐습니다.
(2020년 3월부터 미국 주가는 급격한 상승세를 그린다.
보라색이 S&P500지수파란색이 나스닥지수)
(미국주택가격지수, 2020년 3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빌린 돈으로 생산과 기술력 혁신에 대한 투자보다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에 열을 올렸습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고, 주가가 올라가고, 임금 일부를 주식으로 받는 글로벌 기업 임직원들의 소득은 상승하게 됩니다.
(S&P500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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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린 돈의 역습: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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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돈과 글로벌 셧다운에 따른 공급부족,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철강 등 주요 원자재와 식량 가격은 고공행진중입니다.
http://sunhakpeaceprize.org/kr/news/issue.php?bgu=view&idx=576
http://www.sunhakpeaceprize.org/kr/news/issue.php?bgu=view&idx=579
(원자재 및 식량가격 상승에 관한 선학평화상 기존글 바로가기)
인플레이션을 가리키는 지표 중 하나인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2년 5월 1981년 이후 최대폭인 8.6%나 상승했습니다. 41년만의 물가 폭등으로 뉴욕증시는 급락했고,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지수)
유럽도 인플레이션 위기가 심각합니다. 지난달 발표된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8.1%나 상승했습니다. 역대 최고치라고 하는데요. 이에 유럽 중앙은행(ECB)도 11년 동안 고수해온 제로금리정책을 바꿔 오늘 7월 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려왔던 한국도 금리인상 시기를 놓치면 인플레이션에 따른 피해가 더 커진다며 현재 1.75%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했습니다.
금리를 높이는 것은 돈이 쏟아지는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주요국들은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이른바 테이퍼링(tapering)에 나서고 있습니다.
돈이 갑자기 회수되기 시작하면 어떤일이 일어날까요? 보다 정확하게,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가 회수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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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되돌아가는 달러,
신흥국이 감당해야 할 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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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달러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요?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입니다.
1973년 미국은 사우디와 ‘달러로만 석유를 거래(Petro dollar)’ 하도록 하는 약정을 맺습니다. 20세기는 석유의 시대였고, 전 세계는 석유를 사기 위해 무조건 달러를 구해야했기 때문에 이후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의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됩니다.
(1973년 왼쪽 닉슨 미 대통령, 오른쪽 파이살 사우디 국왕)
지난 40여년 간 미국은 자국 내 경제문제를 양적완화(통화량 증대)를 통해 극복해왔습니다. 풀린 달러는 해외로 수출됩니다.
달러가 많아지면 그 가치는 하락하고, 달러를 보유하고 있던 주변 국가들은 가만히 앉아 외화자산이 낮아지는 피해를 봅니다.
반대로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해외에 있던 달러는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갑니다. 주변국은 달러가 부족한 현상, 즉 외환위기를 피하기 위해 미국보다 자국의 금리를 더 올려 방어를 해야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금융시장 등에 생긴 부채는 가중되고 자산가격은 하락하는 피해를 겪게 됩니다.
즉, 미국의 통화정책에 따라 신흥국들은 이래저래 피해를 보는 셈입니다.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아르헨티나, 멕시코, 브라질)의 국가부도위기, 1990년대 아시아의 외환위기, 2008년 중국의 금융위기 등이 그 예입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으로 신흥국의 화폐가치가 연동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2021년 6월 달러당 8리라였던 터키 리라화는 현재 17리라까지 가치가 폭락했습니다.
현재 급격히 풀린 돈은 미래의 세대가 갚아야 하는 부채가 됩니다. 자산가들은 팬데믹 기간 급속도로 부가 늘었지만 취약계층은 인플레이션에 고통받게 됩니다.
(2022년1월 뉴욕에서 열린 세입자 퇴거유예조치 종료 반대시위, 출처 AFP)
실제 2021년 미국의 주택 임대료 상승률은 19.8%로 집값상승률 16.9%를 앞질렀습니다. 뉴욕과 마이애미의 월세는 전년대비 무려 40%가 뛰었다고 하니 저소득층의 고충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http://www.sunhakpeaceprize.org/kr/news/issue.php?bgu=view&idx=598
(‘고통으로 얻은 이익, 팬데믹과 억만장자’ 선학평화상 기존글 바로가기)
최근 가계의 구매 의욕을 나타내는 미국 소비자 심리지수는 50.2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금리를 올려도 인플레이션은 잡히지 않고 경기는 침체하는 스테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공포가 밀려옵니다.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08097
(스테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기사)
지금 세계는 이제껏 가보지 못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지난 40여년의 역사처럼 이번에도 미국은 달러 수출을 조절함으로써 위기를 돌파하고, 그 부담은 주변국들의 몫으로 남을지 지켜봐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