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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기념하는 날이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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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worldtoiletday.info/
‘화장실의 날’, 혹시 들어보셨나요?
심지어 ‘화장실의 날’은 유엔에서 지정한 국제 기념일입니다. 지난 2013년 유엔은 11월 19일을 ‘세계 화장실의 날’로 공식 지정했습니다.
왜 평화를 지향하는 유엔이 화장실을 기념하는 날을 정했을까요? 그건 바로 비위생적인 배변시설로 인한 질병과 안전 위험이 생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촌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화장실 얘기, 함께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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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를 위한 6번째 목표
‘깨끗한 물과 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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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지난 2015년 UN 총회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2030년까지 꼭 달성해야할 목표 17개를 정했는데요, 바로 인류공동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입니다.
(유엔의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사이트 바로가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 6번째 목표가 ‘깨끗한 물과 위생(Clean Water and Sanitation)’인데요, 이 목표는 인류 모두의 안전한 물, 기본적인 위생시설(화장실)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데 있습니다.
세부목표 중 두 번째 목표(6.2)가 화장실 위생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SDGs 6. 깨끗한 물과 위생 세부 목표 6.1 2030년까지 모두를 위한 적정 가격의 안전한 식수에 대한 보편적이고 동등한 접근을 달성한다. 6.2 2030년까지 여성과 여아 및 취약 계층의 필요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모두에게 적절하고 공평한 위생시설에의 접근을 달성하고 야외 배변을 근절한다. 6.3 2030년까지 오염 감소, 쓰레기 무단투기 근절, 유해화학물질 및 위험 물질 방류 최소화, 미처리 하수 비율 절반 감축, 전 세계 재활용 및 안전한 재사용 대폭 확대를 통해 수질을 개선한다. 6.4 2030년까지 모든 부문에서의 용수 효율을 대폭 증대하고,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담수의 추출과 공급이 지속 가능하도록 보장하며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인구의 수를 대폭 감소시킨다. 6.5 2030년까지 적절한 초국경 협력을 포함하여 모든 수준에서 통합적 수자원 관리를 이행한다. 6.6 2020년까지 산, 숲, 습지, 강, 지하수층, 호수를 포함한 수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한다. |
http://www.sunhakpeaceprize.org/kr/news/issue.php?bgu=view&idx=584
(깨끗한 물과 건강에 대한 선학평화상 기존글 바로가기)
도대체 화상실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기에 유엔까지 나섰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건강에 끼치는 영향입니다. 노상이나 개울, 강 등에 버려진 배설물에 섞인 각종 세균이 콜레라, 이질, 소아마비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을 일으킵니다.
수인성 전염병으로 어릴 때부터 심한 설사를 하게 되면 영양실조에 걸리고 성인이 되더라도 각종 질병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수인성질병으로 해마다 약 150만 명이 사망한다고 합니다.
화장실은 인간존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노상 배변을 하는 나라의 여성과 아동들은 성범죄로부터 안전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학교 화장실 시설이 열악한 국가의 여학생들은 초경이 시작되면 아예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르완다 한 가정의 개선된 화장실 시설, 출처: Water for people)
비정부기구인 워터에이드(WaterAid)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억 7천만 명의 사람들이 화장실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매 2분마다 더러운 물과 열악한 배변 환경으로 인한 설사로 5살 미만의 어린이들이 사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https://www.wateraid.org/uk/the-crisis/facts-and-statistics
다행스럽게도 상황은 점차 나아지고 있습니다. 올해 7월 유엔이 발간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보고서’에 따르면 위생적인 배변 환경을 갖추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화장실 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합니다.
https://unstats.un.org/sdgs/report/2022/Goal-06/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안전하고 위생적인 화장실 시설을 이용하는 인구가 47%에서 54%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이면 67%에 도달하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생적인 배변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인구가 약 2억 8천 명 남겨지는 셈입니다. 유엔은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4배 빠른 속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노상에서 배변을 보는 인구는 7억3천9백만 명에서 4억9천4백만 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유엔은 2030년까지 노상 배변을 종식시키기 위한 궤도에 올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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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없으면, 신부도 없다
클린 인디아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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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없다고요? 그러면 당신과 결혼 못 해요!!”
“화장실이 있다고요? 그럼 우리 결혼해요~~”
다소 황당해 보이지만 13억 인구의 절반이 야외에서 배변을 해결하는 인도의 실제 얘기입니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배변 시설이 열악한 대표적 국가입니다. 이에 인도 정부는 2014년 10월부터 화장실 위생 개선 운동인 ‘클린 인디아(Swachh Bharat Mission, SBM, Clean India)’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요, 클린 인디아의 목표는 ‘노상 배변이 없는 나라(Open Defecation Free, ODF)’입니다.
https://swachhbharatmission.gov.in/sbmcms/index.htm
인도 정부는 클린 인디아 운동의 일환으로 “화장실이 없으면, 신부도 없다(No Toilet, No Bride)”라는 이색적인 구호의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이 흥미로운 구호의 캠페인은 인도 북부 하르야나 주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이 캠페인 덕에 실제로 여성들이 화장실을 마련하지 못한 남성과는 결혼을 거부하여 인도 전역에 약 140만 개 화장실이 새로 생겼다고 합니다.
이 스토리는 2017년 영화로까지 만들어집니다. ‘화장실: 러브스토리’라는 이 영화의 배경은 화장실 없는 풍습을 갖고 있는 시골 마을입니다. 영화는 이 마을로 시집온 신부가 집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신랑에게 가출을 선언하면서 시작됩니다. 이에 신랑은 화장실을 짓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며 좌충우돌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아직도 인도 정부는 화장실을 짓는 빈곤 가정에 자금을 지원하고 노상 배변 풍습을 없애기 위해 화장실을 사용하면 용돈을 주거나 야외에서 배변하는 사람을 보면 호루라기를 부는 등의 수단을 동원해 화장실 위생 상태를 개선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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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화장실 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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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중앙 정부 차원에서 화장실 위생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2015년부터 ‘화장실 혁명(toilet revolution)’을 시작했는데요, 이후 3년간 약 4조 원(200억 위안)을 들여 화장실 7만 개를 개조하거나 새로 지었고, 2020년까지 6만 4천 개를 추가로 지었다고 합니다. 또한 관공서와 공공기관은 화장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도록 했습니다.
(중국 후베이성 “작은 화장실 큰 혁명, 위생에 주의하면 아프지 않아요” 캠페인 벽화)
하지만 실적에 급급해 지방정부들이 상하수도 시설이 없는 곳에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하거나 TV, 냉장고까지 설치된 초호화 화장실을 짓는 등 노력에 비해 성과는 크지 않다는 보도가 많습니다.
또한 여전히 어린아이들의 노상 배변을 허용하는 오랜 된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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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똥물을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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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화장실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는 수많은 생명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입니다.
지난 2011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화장실 재발명 운동(RT, Reinvent Toilet Challenge)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챌린지는 저개발국가의 화장실을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으로, 상하수 시설이나 전력이 필요 없고, 비용이 저렴하며 배설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화장실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 있는 저개발 국가들이 화장실, 하수구, 폐수 처리 시스템을 구축, 유지하는데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에 착안한 노력입니다.
Reinvent Toilet Challenge 화장실 기준 -인간의 배설물에서 해로운 세균을 제거하고 에너지, 깨끗한 물, 영양소와 같은 귀중한 자원을 회수
-상하수도에 연결하지 않고 최소한의 전기만 필요
-사용자 당 하루 0.05센트 미만의 비용
-열악한 도시 환경에서 지속 가능하고 수익성 있는 위생 서비스 및 비즈니스 촉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
2014년 빌 게이츠가 똥에서 추출한 물을 마시는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재니키 옴니프로세서(Janiciki Omniprocessor)’라 불리는 인분 처리 시설에서 만든 물을 마시는 영상인데요, 이를 두고 빌 게이츠가 똥물을 마셨다는 표현까지 등장했었습니다.
https://blog.education.nationalgeographic.org/2015/01/08/from-poop-to-potable-with-bill-gates/
옴니프로세서는 분뇨를 증기와 고형물로 분리하고 생성된 증기의 힘으로 전기를 만들고 고형물을 태워 재로 만듭니다. 또한 증기를 여과, 응축, 증류시켜 깨끗한 물을 만들어내는데 현재 세네갈 다카르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습니다.
https://en.reset.org/reinventing-toilet-piloting-janicki-omni-processor-dakar-senegal-01072020/
올해 8월에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화장실 재발명 프로젝트에 협력해 온 한국의 삼성전자에서 물과 하수 처리가 필요 없는 신개념 화장실 모델 개발에 성공해 저개발국 대상으로 기술 특허를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신개념 화장실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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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의 지속가능한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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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디 팟(Handy Pod)
(Handy Pod 화장실 : 출처 Water Aid)
핸디 팟은 수상생활을 하거나 호수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의 하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설비입니다. 실제 캄보디아 수상마을에서 사용되고 있는 시설입니다.
먼저 생활하수나 배설물을 혐기성 미생물이 활동하는 드럼통 안으로 보내 처리합니다. 이를 다시 인공 습지로 보내 부레옥잠 같은 식물, 다양한 미생물을 통해 분해, 흡수하도록 설계한 장치입니다. 이를 집집마다 설치하여 사용한다면 호수의 수질오염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피푸 백(Peepoo Bag)
http://www.peepoople.com/peepoo/start-thinking-peepoo/
피푸 백은 스웨덴의 회사가 개발한 바이오플라스틱 재질의 배변봉투입니다. 봉투는 자체 분해되고, 봉투 안의 물질이 배설물을 분해해 세균을 제거하고 비료 성분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에 그대로 땅에 묻으면 됩니다.
사용법도 간단하니 개인적으로 볼일을 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되겠네요. 케냐 슬럼가와 방글라데시에서 사용성을 검증받았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용변을 보면서 화장실에서 흘려버리는 물 사용량이 하루 평균 45리터라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우리가 무심코 흘려버리는 물을 얻기 위해 지구 편 어딘가의 사람들은 몇 시간을 걸어가기도 하고, 여전히 36억 명의 사람들은 화장실이 없거나 열악한 환경의 화장실에서 건강과 안전의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인 화장실 권리를 누리기 위해 우린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