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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사라지는 황제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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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큰 펭귄인 황제펭귄.
평균 키 114cm(45인치), 몸무게 최대 40kg (88파운드).
현재 남극에는 황제펭귄 서식지가 61곳이 있는데요, 이곳에 62만 5천 - 65만 마리 가량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황제펭귄은 암컷이 알을 낳고 먹이를 찾아 바다로 나가면 수컷은 두 달간 알을 다리 사이에 품고 매서운 추위를 견딥니다. 알이 부화하면 암컷과 수컷은 번갈아 새끼를 양육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펭귄 위대한 모험(March of the Penguins)’으로 유명하죠.
이런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고 생존해온 황제펭귄이 지구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지난 25일 미국의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US Fish and Wildlife Service, USFWS)은 황제펭귄을 멸종위기 동물로 등재했습니다.
https://www.fws.gov/press-release/2022-10/emperor-penguin-gets-endangered-species-act-protections
USFWS는 기후변화로 인해 해빙이 사라지면서 2050년까지 황제펭귄 개체 수가 적게는 26%, 많게는 47%가 감소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해빙은 황제펭귄이 먹이를 찾고 위험한 적들로부터 피난처를 제공하는 중요한 서식지입니다.
해양 산성화로 인해 먹이인 크릴새우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황제펭귄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황제펭귄의 개체 수는 1970년대 이후 거의 절반가량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지난 2016년에는 해빙이 일찍 녹으면서 채 수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어린 새끼 1만 마리가 익사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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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동안 69% 사라진 야생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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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펭귄만이 아닙니다. 범위를 넓히면 더욱 많은 동물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세계자연기금(WWF)는 ‘지구생명보고서 2022’를 발표했습니다.
WWF는 2년마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건강을 조사해 발표해왔는데요, 이번 발표에는 전 세계의 포유류, 어류, 파충류, 조류, 양서류의 다양한 생물종 약 32,000종의 개체군을 분석한 결과가 담겨있습니다.
결과는 매우 충격적입니다. 1970년부터 2018년까지 모니터링 되는 야생동물 개체군이 평균 69%나 감소한 것입니다.
특히 아마존 등이 있는 열대 지역인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지역의 감소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지역은 같은 기간 야생동물 개체 수가 평균 94% 줄어들었습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퍙양 지역도 각각 66%, 55%로 절반 이상의 야생동물이 사라졌습니다.
가장 큰 감소세를 보인 생물종은 담수 생물종 개체군이었습니다. 담수 생물종 개체군은 무려 평균 83%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소철)
또한 원시 식물류인 소철(cycad)이 가장 멸종위험에 있으며, 산호와 양서류가 가장 빠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생물종 : 상호 교배할 수 있는 유사한 생물들의 집단
*개체군 : 동일한 지리적 영역에서 서식하는 단일한 생물종 집단
-WWF KOREA 자료-
(지역별 생물다양성 손실 현황)
보고서는 전 세계 야생동물이 사라지는 주요 원인으로 서식지 황폐화 및 감소, 자원의 과도한 이용, 외래종 침입, 환경오염, 기후변화 및 질병을 들었습니다.
특히, 개체군의 75%가 감소한 회유성 어종의 경우 서식지 감소와 이동경로를 막는 장애물이 개체 감소 원인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멸종 위협이 높은 지역을 지도로 나타냈는데요, 지리적으로 생물종이 멸종할 위험이 매우 높은 수준의 지역은 동남아시아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극지방, 호주 동부 연안 및 남아프리카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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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된 자연자원을 초과 사용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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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지난 50년간 전 세계 인구가 두 배로 늘고 세계 경제와 국제무역이 각각 네 배, 열 배 가까이 성장하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수요가 현저하게 증가했다고 말합니다. 경제활동이 중심이 되면서 환경피해가 커진 것입니다.
이는 지구의 생태용량과 인산의 생태발자국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생태용량(biocapacity)’이란 지구가 1년 동안 재생하고 정화할 수 있는 물·공기·토양 등 자원의 양을 말합니다. 1960년대에는 지구가 복원할 수 있는 생태자원의 3/4밖에 사용하지 않았으나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인류의 생태자원 소비는 자연의 재생 능력을 넘어섰고, 지난 2017년 8월 2일을 기점으로 인류는 한해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한도를 초과해 자원을 사용하고 있다.
▲‘생태발자국’이란 생태용량에 대한 인간의 수요를 말합니다. 현재 지구가 감당해 낼 수 있는 면적 기준은 1인당 1.6ha 인데, 이보다 높은 수치의 면적 footprint를 가지고 있다면 환경문제에 미치는 나쁜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인류는 지구의 자연을 최소 75% 이상 더 쓰고 있으며, 이는 1.75개의 지구에서 살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아래 그림은 국가별 1인당 생태발자국 소비를 나타난 것입니다.
지구가 제공할 수 있는 자연 범위 내에서 1인당 적정 생태발자국은 1.6글로벌 헥타르인데, 많은 국가들이 이 범위를 초과해 지구 자원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가별 1인당 생태발자국, 색이 진할수록 적정 지구 자원을 초과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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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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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멸종위기종들을 구할 수 있을까요? 국제사회는 네이처 포지티브(Nature-positive)로 그 해답으로 설정했습니다.
‘네이처 포지티브(Nature-positive)’는 자연 손실을 멈추고 되돌리며 지구와 사회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기후 분야의 탄소중립 목표와 같이 자연 분야의 글로벌 목표를 위해 정부, 기업, 시민사회 등 각 부분이 함께 약속·실행하는 국제적 노력을 의미합니다.
넷제로를 위해 수치화된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했듯이, 생물다양성에 있어도 측정 가능하고 기한이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네이처 포지티브(Nature-positive)가 필요한 이유는 첫째, 과감한 목표가 필요할 정도로 자연이 파괴되었으며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 때문이고 둘째, 자연은 기회가 주어지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WWF는 기술, 경제, 사회적 요소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 목표 및 가치를 근본적이고 총체적으로 재편한다면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중단시키는 것에서 벗어나 회복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다행히 90여 개국 지도자들이 ‘자연을 위한 세계 지도자들의 선언(Leaders’ Pledge for Nature, LPN)을 통해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겠다고 약속했으며, G7 정상들도 네이처 포지티브 상태의 세계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WWF)
*네이처 포지티브 : 자연 손실의 흐름을 바꾸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는 전 지구적 자연회복 목표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한다면 2030년부터 자연 순감소가 플러스로 전환되는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에 도달하고 되고 2050년까지 완전히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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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연과 인류를 위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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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상승에 따른 생물다양성 손실 추정)
남극의 황제펭귄과 열대지방 야생동물의 멸종위기는 양극단에서 살고 있는 동물이 기후변화에 대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입니다.
앞서 설명한 미국 어류야생국(USFWS)의 마사 윌리엄스 국장은 “기후 변화는 전 세계의 종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황제펭귄의 멸종위기종 명단 등재는 경종을 울릴 뿐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한) 행동을 촉구하는 역할도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 1.5℃를 위한 노력과 네이처포지티브를 향한 노력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생물다양성 보존은 물론 인류를 위한 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