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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화력발전소가 멈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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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위해 모든 석유, 가스 생산을 중단하고 석탄화력 발전도 폐쇄합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니 모두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날 정부가 위와 같은 발표를 하면 어떨까요?
‘와! 드디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겠구나’라며 반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 종사해온 근로자라면, 혹은 그 가족이라면 어떨까요?
당장 생계가 막막할 것입니다.
아울러 화석에너지 산업이 몰려있는 도시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탄광이나 발전소 중심의 도시는 점점 쇠퇴할 것입니다.
국가 단위로 규모를 키워볼까요. 화석연료에 의존해 경제를 발전시켜온 개발도상국들은 대체에너지로 전환한 선진국에 비해 큰 피해를 볼 것입니다. 결국 국가 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국제사회는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해서 실질 배출량을 ‘0’으로 하자는 ‘2050년 넷 제로’를 제시했습니다.
넷 제로의 핵심은 화석연료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분야의 에너지원을 저탄소 청정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고탄소 분야에서 일하고 있던 근로자 및 지역사회가 받는 충격을 완화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충격을 완화하는 에너지 전환, 즉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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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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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산업구조의 전환과정에서 고탄소 분야 관련 산업·지역 및 노동자, 중·소상공인의 충격을 사회가 함께 나누자는 개념입니다.
사실 ‘정의로운 전환’은 1970년대 미국 석유화학원자력 노조 운동가인 토니 마쪼치(Tony Mazzocchi)에 의해 주창된 개념입니다. 처음 이 개념이 사용되었을 때는 산업안전보건과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실직자 지원정책을 의미했는데, 점차 친환경, 지속가능한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를 보호하는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으로 개념이 확대되었습니다.
그 후 ILO와 UN 등이 기후위기 국제협약을 만들고, 정의로운 전환을 개념화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가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최근에 이르러서는 고탄소 분야 종사자의 일자리 감소, 지역 경제의 영향 등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지역 및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원 대책 등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국제기구 및 주요 선진국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에 주목하는 이유
국제기구 및 주요 선진국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선 산업 전환으로 인해 없어지거나 대체되는 일자리를 방치할 경우 지역과 노동자들의 삶이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선 교육훈련, 일자리 대책,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에너지 전환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부와 노사가 협력하여 새로운 에너지와 관련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면 국가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겠죠?
이러한 이유로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 및 캐나다 등 북미 선진국들은 정의로운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1년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정의로운 전환 선언’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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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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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를 버리고 태양과 바람, 물에서 얻은 에너지로 돌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에너지’ 그리고 ‘사람’입니다. 즉, 에너지 전환은 ‘양질의 일자리’로의 전환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중요한 시사점을 몇 가지 확인할 수 있는데요. ▲ 산업 전환에 따른 보상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마련했다는 것, ▲ 노사 및 이해당사자와 대화를 통해 적극적인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 ▲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개입과 정책 제시가 반영된다는 것 등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2015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2018년도에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작했습니다. ILO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제시하고 있는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원칙(ILO)
◎ 지속가능성의 목표 및 목표달성을 위한 경로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 모든 관계자들 사이에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함
◎ 일터에서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원칙과 권리가 실현되어야 하며, 도전과 기회에 상당한 성별 불평등이 있음을 고려돼야 함.
◎ 기업, 노동자, 투자자, 소비자가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경제와 사회를 지향하는 전환을 지지하도록, 그들에게 경제, 환경, 사회, 교육, 노동 영역에 걸친 일관된 정책이 제공되어야 함
◎ 이러한 일관된 정책은 또한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프레임워크를 제공해야 함. 이는 고용에 대한 예측에 기반하여 (1) 실직자나 전직자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보호와 (2) 교육훈련(skill development), (3) 사회적 대화 등을 포함함.
◎ 각종 정책과 프로그램은 국가적 상황에 맞게 만들어져야 하며, 지속가능발전전략의 이행에 있어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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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 중인
유럽 각국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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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유럽연합(EU)은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가장 빠르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1월 확정된 유럽 그린딜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석탄산업 등 화석연료 산업에 의존하는 지역을 지원하는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을 공식화했습니다.
EU의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은 유럽연합 내에서 화석연료와 탄소집약적 산업에 의존도가 큰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2030년까지 1,000억 유로(약 134조 원)를 석탄지역에 지원하는 것입니다.
EU 집행위가 추진 중인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의 구체적인 모습을 살펴볼까요?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의 원칙(EU)
△ 저탄소 경제 및 기후회복력 있는 지역으로의 전환 지원 △ 녹색 경제를 위한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 창출 △ 기술적 지원 제고 △ 재생에너지원에 적극적인 투자 △ 디지털 기술의 향상 △ 저금리의 재정적 지원 제공 △ 에너지, 지역난방, 교통수단에 관한 기반시설 향상 |
새로운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경제적 지원과 일자리 창출, 기술 지원을 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EU 집행위는 정의로운 전환 기금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한하고 있는데요,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큰 목표 하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인 만큼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나 해체, 담배 관련 산업, 화석연료 관련 투자, 중소기업 이외의 기업 지원 등에는 기금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EU의 메커니즘에 발맞춰 현재 독일, 스페인, 그리스, 폴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를 구성해 기금 설립과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 그리스 : 그리스는 유럽에서 ‘탈석탄’을 가장 먼저 선언하고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설립한 국가입니다. 2015년 그리스의 5개 석탄지역 지방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로 얻은 수익으로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설립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이에 2018년 그리스 정부는 지방정부의 정의로운 전환 기금 설치 제안을 받아들여 기금 설립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고, 2019년 2023년까지 기존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2028년까지 석탄 광산을 폐쇄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설립하였습니다.
◇ 폴란드 : 유럽에서 석탄산업 규모가 가장 큰 폴란드는 국가 단위의 정의로운 전환 계획과 6개 석탄지역 단위의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EU의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지원받기 위해서 2030년까지 광산을 폐쇄하는 로드맵을 수립하고, 석탄생산량을 상당히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 독일 : 독일은 석탄 광산 및 발전소가 폐쇄되는 지역에 기반 시설을 건설하고 신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2038년까지 400억 유로(약 53조 원) 규모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 스페인 : 스페인은 석탄 광산, 석탄발전소, 원전이 폐쇄되는 지역들과 다양한 형태의 정의로운 전환 협약을 체결하고 유럽 및 국가 기금으로 청정에너지사업 투자, 광산 노동자 조기 은퇴, 녹색 일자리를 위한 재교육, 환경복원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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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에너지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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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자신뿐 아니라 동료와 이웃 그리고 다음 세대까지 걱정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로 인류의 역사는 이기심과의 투쟁에서 이타심이 돌파구를 마련하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발자취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 해법은 이제 자명해 보입니다. 궁극적으로 지난 200년 간 지구를 데워왔던 탄소 기반 산업을 ‘탄소 제로 산업’으로 전환하여 더 이상 지구 온도를 높이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탄소가 제로인 친환경 에너지로의 대 전환, 그 여정의 초입에서 이제 우리는 산업 전환이 초래할 일자리 전환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고민해야합니다.
2050년까지 모든 화력발전소 폐쇄, 그 과정에서 생업의 터전을 잃게 될 수많은 전 세계 노동자들을 위해 무엇을 마련해야 할지, 탄소 기반이었던 지역의 경제는 어떻게 활성화할지, 국가 간 불평등 격차는 어떻게 좁힐지…….
에너지 대전환과 연결된 과제들에 대해 우리의 이타심을 크게 발현하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