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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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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인간의 영향에 의해 지구의 많은 조건과 과정이 크게 변한 현재의 지질학적 시대를 나타내기 위해 만든 용어
인간의 영향은 산업화 시작 이래 크게 강화되어 마지막 빙하 이후 홀로세 시대의 전형적인 지구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다.
출처: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산하 국제층서위원회(ICS)의 인류세워킹그룹(AWG)
인류세는 ‘인간이 지구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라는 뜻에서 제안된 개념입니다. 인간이 지구에서 벌여왔던 활동이 지구의 기후 등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왔고, 그 흔적이 마치 운석이 지구에 충돌한 것처럼 지구의 지각에 남아 지질시대를 바꿔야 할 정도라는 것입니다.
잠시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떠올려볼까요? 아시다시피 지질시대는 지질학적 대변동이나 특정 생물 멸종을 기준으로 구분합니다.
지구가 탄생된 때부터 현재까지를 `지질시대`라 하고, 지구에 있었던 대멸종 사건을 기준으로 지질시대를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의 3시대로 나누었던 것, 기억나시나요?
▲고생대(Paleozoic Era)는 삼엽충 같은 무척추동물의 흔적이 등장한 약 5억 4000만 년 전부터를,▲중생대(Mesozoic Era)는 파충류가 번성했던 약 2억 5200만 년 전부터를,그리고 ▲신생대(Cenozoic Era)는 포유류가 번성한 약 6600만 년 전부터로 구분합니다.
‘대(代ㆍera)’라는 지질시대는 ‘기(紀ㆍperiod)’로 다시 세분되고, 기(紀)를 더 세분한 단위가 ‘세(世ㆍcene)’인데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지질시대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 메갈라야절'입니다. 홀로세(Holocene)는 '마지막 빙하기 이후 현재까지'로 기간으론 약 1만 1천 700년입니다.
그런데 인류가 지구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1만 1천여 년간 이어졌던 '현세'(現世)를 바꿀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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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시대 변화의 핵심 증거,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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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라는 용어는 1980년대에 미국의 생태학자 유진 스토머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인간의 행위가 지구에 미치는 변화가 증대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구라는 행성에 호모사피엔스가 처음으로 출현한 이후 20만 년 동안 지속됐던 지구의 기후가, 고작 200년 만에 지구의 환경을 파괴해 버렸습니다.
판 이동도 운석 충돌도 아닌 ‘인간의 행위’가 지구의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류세(anthropocene)’, 그 기이한 지질학적 시대 구분이 인류에게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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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공식 인정되는 인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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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지구 환경을 크게 바꿔 놓았기 때문에 지질시대를 인류세로 바꾸어야 한다는 논의는 그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인류세’(人類世) 논의가 급물살을 타며 인류세가 공식적으로 지질시대에 편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12월 17일자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질시대를 공인하는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산하 국제층서위원회(ICS)의 인류세워킹그룹(AWG)은 ‘인류세’(Anthropocene)의 시작점 등 세부 내용을 정하기 위한 내부 투표 단계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사실 그간 인류세의 개념을 정하고,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그 시작점이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학계 내 의견이 엇갈려왔는데요.
34명의 각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류세워킹그룹(AWG)은 이제 본격적으로 지구가 새로운 지질시대에 들어섰는지 확인할 후보지를 선정하고, 그 시작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류세의 특성을 정의하는 데 필요한 지질 표본 후보지로는 일본 규슈 벳푸만, 캐나다 온타리오 크로포드호수, 남극반도 빙하 등 전 세계 퇴적층 9곳이 제시되었고, 이미 비공개 투표를 마친 상태라고 합니다.
모든 내부 투표가 마무리되는 올해 봄쯤 인류세의 공식 비준 여부가 판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NYT는 “지질학 위원회 3곳에서 각각 60% 이상 승인을 얻어야 인류세가 지질시대 중 하나로 인정되지만, 반대가 많으면 수년간 등재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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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의 절박한 인류세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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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파울 크뤼천(1933~2021) 박사는 현 지질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자고 제안하였습니다. 막스플랑크연구소
인류세란 용어가 유명해진 것은 오존층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J. Crutzen)이 현 지질시대를 인류세로 부르자고 제안하면서부터입니다.
2000년 2월 파울 크뤼천은 멕시코에서 열린 유엔 산하 국제지구권-생물권 프로그램 (International Geosphere-Biosphere Programme. IGBP) 일원으로 지구시스템 변화를 연구하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나 토양 속 질소 함량 등이 홀로세 관측 범위를 벗어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인간의 활동'에 있다고 보고, 절박한 마음을 담아 ‘국제지구권생물권연구(IGBP) 뉴스레터 기고문에 현 지질시대를 인류세로 부르자고 주장한 것입니다.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시스템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으니, 새로운 지질학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크뤼천의 짧은 기고문에는 절박함과 결연함이 짙게 담겨있습니다.
“지구와 대기에 영향을 주는 주요하고,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인간의 활동들을 지구적인 규모에서 고려해 볼 때, 현재의 지질학적 세(世, epoch)를 나타내기 위해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지질학과 환경학에 있어 인류의 중심적인 역할을 강조함이 더욱 적절할 것입니다. [...] 거대한 화산 폭발, 예상치 못한 전염병, 대규모의 핵 전쟁, 소행성 충돌, 새로운 빙하기, 아직은 원초적인 기술에 의한 지구 자원의 지속적인 약탈과 같은 큰 재앙이 없다면, 인류는 다가올 수천 년, 수백만 년 동안 주요한 지질학적 힘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인류가 초래한 문제에 맞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이룰 수 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략을 개발하는 것은 인류의 중요한 미래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며, 이를 위해선 치열한 연구와 함께 지식사회 또는 정보사회로 잘 알려진 정신권에서 획득한 지식을 현명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Paul J. Crutzen and Eugene F. Stoermer, “The ‘Anthropocene,’” Global Change Newsletter 41 (May 2000), pp. 17-18 |
파울 크뤼천의 제안 이후 인류세는 가속화되는 기후변화를 효과적으로 포착하는 메타포이자 위기의 원인을 인간 활동에서 찾아 즉각적인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규범적 개념으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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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의 시작점은 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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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는 재난 속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지구촌 곳곳을 할퀸 홍수, 가뭄, 산불, 폭염 등의 이상 기후 현상들…….
우리가 매일 느끼는 이상 기후 현상은, 지질시대가 달라졌다는 핵심적 증거입니다. 기후변화는 인류세로 지칭되는 새로운 지질시대 도래를 알리는 핵심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인류세의 시작 시기를 정할 기준으로는 산업화, 핵무기 개발, 식습관 등 저마다 다른 기준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학자들이 제시한 인류세 시작점은 크게 다음 4가지로 분류됩니다.
◎ 농경의 시작
우선 농경이 시작되면서 인류세가 시작됐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농경으로 식생이 변하면서 멸종 생물이 늘어나고, 지구의 순환과정에 변화가 생겼다는 주장입니다.
◎ 산업혁명
증기기관 발명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인류세가 시작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가파르게 상승한 점에 주목한 의견입니다.
◎ 핵실험
인류 첫 핵실험이 인류세 시작점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일부는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 주 앨라모고도에서 최초 핵실험이 이뤄진 날에 인류세가 시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 인구증가
1950년대 전 세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때를 인류세 시작점으로 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지난 2019년 인류세워킹그룹(AWG)은 투표로 인류세 시작점을 '20세기 중반'으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네이처 지는 당시 소식을 전하면서 20세기 중반을 '급격한 인구증가가 산업생산 속도와 농약사용 등 다른 인간 활동을 가속하는 가운데 첫 핵폭탄 폭발이 전 지구 지질과 빙하에 방사능 잔재를 뿌린 시기'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현세를 인류세로 규정하는 것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1945년에 인류세가 시작했다고 한다면 이제 겨우 77년밖에 안 지났기 때문입니다.
홀로세는 2009년 국제지질과학연맹에 의해 '1만 1천650년±699년' 전에 시작한 것으로 정리가 되었는데요, 인류세가 시작된 지 77년이라면 '홀로세 시작점 오차 범위'의 10분의 1 정도로 지질학적 관점에선 '찰나'와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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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의 교훈,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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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계가 인류세를 공식화하든 하지 않던, 인류세라는 말은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이한 용어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신종 감염병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직면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지구 절멸의 위기에 떠오른 인류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쩌면 인류세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느 때부터 우리는 인간과 지구를 분리해 생각하고, 인간이 지구의 자원을 빼 쓰는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미국 생태학자 얼 엘리스(Erle C. Ellis)는 “인류세는 인간과 자연을 연관시키는 새로운 서사이자 대담하고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인류세라는 용어가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강조하며, “결국 실천적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인간중심주의를 버리고 인간이 자연·동물과 함께 공존할 때, 인간이 지구에 남긴 상처가 아물며 생채기가 극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