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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제로를 향한 각국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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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파리기후협약*이후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이 당면 과제가 되었습니다.
먼저 각국은 탄소제로를 향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유럽 연합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유럽연합은 2023년부터 시범적으로 ‘탄소 국경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탄소를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한 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겁니다. 이에 더해 2035년 이후로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과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 미국
미국은 전력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과 천연가스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 중국
세계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은 2030년까지 친환경에너지 비중 25% 확대하고 궁극적으로 2060년에는 비화석에너지 소비 비중을 80%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한국
한국은 2050년 탄소제로를 법제화한 후, 중간목표로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G20국가 중 ‘1.5℃’ 목표를 달성는 데 충분한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설정한 나라는 영국밖에 없다. 출처 넷제로트랙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저감상황을 추적하는 기업인 넷제로트랙커에 따르면 2022년 현재 136개국이 탄소제로를 선언했고, 66개국이 탄소제로 목표연도를 설정한 상태입니다. 핀란드가 2035년으로 탄소제로를 가장 빠르게 달성하겠다는 목표연도를 발표했습니다.
탄소제로 목표를 법제화한 국가는 한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영국, 유럽연합, 피지, 캐나다 등 14개국이며 입법절차를 진행중인 국가는 미국, 중국, 모나코, 라이베리아, 호주, 칠레, 코스타리카 등 32개국입니다.
*파리기후협약이란?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한 195개국 장관들이 체결한 협정.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유지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로 만들기 위해 참가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진다. 5년마다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해야한다.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18년 발간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2017년에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 상승한 것으로 평가했다. |
(선학평화상 기존 글 ‘기후변화 저지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이유’,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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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덮친 그린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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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넷제로 트랙커)
하지만 이런 전 세계적 탄소감축 노력이 복병을 만났습니다.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상승)’의 합성어입니다.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원자재 값이 오르고, 친환경 에너지 생산량이 화석에너지 생산량을 미처 대체하지 못한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도 올라 경제 전반의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인플레이션을 말합니다.
(출처 Mr. Tempter/shutterstock)
왜 그린플레이션이 일어날까요? 친환경 사회로 가는 길에 많은 광물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광물은 내연기관차보다 6배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한 풍력발전소 건설에는 가스 화력발전소보다 9배 많은 광물이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광물생산을 바로 늘릴 수도 없습니다. 환경오염방지와 주변 생태계 보전을 위해 각국의 광물채굴에 대한 규제도 점차 강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환경의 상징, 전기차는 어떨까요? 전기차의 배터리를 만들려면 많은 광물들이 들어가는데요, 그 중에서도 필수 원료인 리튬가격은 2022년 6월기준 kg당 452.5위안으로 1년 전인 지난해 6월9일(81위안)보다 459% 폭등했습니다. 니켈 가격과 코발트 가격도 같은 기간 각각 60%, 71% 올랐습니다. 자연스럽게 전기차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최근 5년간 리튬가격 추이, 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미)
전기차 배터리만이 아닙니다.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과 풍력 에너지를 만드는 데도 많은 광물이 들어갑니다.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구리, 물론 풍력발전기 제작에 쓰이는 강철, 아연 가격이 무섭게 상승추세입니다.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이 더뎌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최근 5년간 구리 및 아연가격 추이. 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미)
천연가스 가격도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작년 유럽에서는 이상기온으로 풍력 발전량이 크게 줄면서 전력이 부족해졌고, 대체 수단인 천연가스 가격이 2020년 대비 300%이상 급등했는데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으킨 전쟁은 천연가스 가격상승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최근 5년간 천연가스 가격 추이. 2021년부터 가격이 상승하다 진정되는 듯 했으나 전쟁이후 급등했다. 출처 트레이딩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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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하는 물가!
과연 탄소제로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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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 각국은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풀린 막대한 돈으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각국은 파리협약에서 약속한 기한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21년 11월 “탄소 배출 억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금속에 대한 전례 없는 '수요 급증' 때문에, 가격은 역사적 고점에 도달할 수 있으며, 심지어 에너지 전환 자체를 지연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https://blogs.imf.org/2021/11/10/soaring-metal-prices-may-delay-energy-transition/
(파티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출처 WSJ)
지난 5월 다보스포럼에서 파티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지체되어서는 안된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이 힘들어질 수 있다”며 “우리는 기후 목표와 작별을 고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안보와 즉각적인 비상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이를 대규모의 새로운 화석연료 투자와 혼돈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https://www.wsj.com/livecoverage/russia-ukraine-latest-news-2022-05-25/card/8zD75VfcIsPcb3wOf2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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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플레이션 해결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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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형모듈원자로(SMR)
(SMR 모형, 출처 한국원자력연구원)
최근 소형모듈원자로(SMR)가 탄소제로로 가는 대안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기존 원전 크기의 150분의 1로 매우 작으며 제작과 조립이 쉬운 원자로입니다. 기존 원전대비 상대적으로 건설비용이 적게 들고 단기간에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중대사고 발생가능성이 낮고, 사고가 발생해도 수습이 용이해서 여러 국가에서 차세대 원전으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가장 앞장선 국가는 자국 전력의 70%를 원전에서 얻고 있는 프랑스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2030' 아젠다를 통해 SMR 등 원전 연구개발에 10억유로(약 1조38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 했는데요.
프랑스 송전공사(RTE)는 프랑스에 14개의 신규원자로를 건설하면 2050년까지 탄소제로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원자력은 하루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탄소가 없고 확장 가능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기후 변화를 대처하는 데 이상적입니다.”)
미국에는 빌게이츠가 창업한 원전기업 테라파워가 SMR 개발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테라파워는 미국 와이오밍주에 25만 가구에 전력공급이 가능한 345메가와트(MWe) 규모의 SMR을 짓는다고 2021년 11월 발표했습니다.
테라파워의 SMR은 냉각수로 물 대신 나트륨을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테라파워측은 나트륨 방식이 사고시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 금속재활용
(출처 pryzmat/shutterstock)
‘금속 재활용’이 그린플레이션의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4월25일 벨기에 루벤대학교(KU Leuven University) 연구진은 금속 재활용이 원자재 부족 문제 해결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유럽이 막대한 투자를 한다면 2050년까지 금속 수요의 40%~75%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대규모 투자를 통한 비용절감
태양열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더 많은 투자를 하면, 규모의 경제가 일어나 비용은 감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린플레이션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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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독립운동
‘리파워 EU (REPower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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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VRUPA/ANKASAM)
그린플레이션을 심화시켰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오히려 유럽의 탄소제로를 향한 움직임에 추진력을 달아줬습니다.
유럽은 전체 가스의 40%와 석유의 27%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전쟁 이후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면서 유럽연합에 불똥이 떨어진 것입니다. 에너지가 경제영역에서 안보영역으로 전환되자 유럽연합은 더 빨리 에너지 전환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 5월 18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7년까지 2,100억 유로(약 287조원)를 투입하는 ‘리파워 EU (REPowerEU)’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리파워 EU(REPowerEU)’는 2021년 7월 유럽연합이 발표한 탄소감축 법안인 ‘Fit for 55’를 계승하면서 궁극적으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유럽연합은 발표제목을 “REPowerEU : 러시아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빠르게 줄이고 녹색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계획” 으로 함으로써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천명했다)
이를 위해 유럽연합은 가스 수입 다변화, LNG 도입확대 및 시설 확충과 더불어 2030년까지 9%로 설정돼 있던 에너지 감축 목표를 13%로 확대했습니다.
또한 유럽연합 차원의 에너지 공동구매, 2025년까지 태양광 발전용량 2배 확대, 2030년까지 유럽연합 내 1000만톤 규모의 수소생산역량 확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린플레이션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 확대 유혹을 극복하고, 오히려 기존계획을 가속화에 빠르게 탄소제로로 가겠다는 계획입니다. 반전이 일어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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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 위기 극복을 위한
글로벌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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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플레이션은 모든 국가의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힘든 도전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에너지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에게는 보다 가혹한 비용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실제 지난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서로 앙숙 관계인 미국과 중국의 대표가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실존하는 위기’라면서 선택지는 협력뿐”이라는 깜짝 공동선언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리파워 EU(REPowerEU)’를 발표한 유럽연합도 당장 치솟는 에너지가격에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속내는 복잡해보입니다.
러시아는 겨울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날이 추워지면 난방수요가 높아지고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란 계산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하고 걱정되지만 전 지구적 위기가 오히려 글로벌 공동협력의 촉매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