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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 플라스틱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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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8일 남극에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남극에 내린 눈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것입니다.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교(University of Canterbury) 연구진이 남극대륙 로스 빙붕 19곳에서 채취한 모든 눈 샘플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습니다.
눈 샘플은 녹은 물 1L당 미세 플라스틱이 평균 29개 가량 발견되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깨끗한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남극도 더 이상 환경파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눈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은 대기를 떠돌다 생성된 눈과 함께 내린 것으로 예측됩니다. 켄터베리 대학교 연구진은 "모델링 연구를 통해 이번에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이 남극에서 6,000km 떨어진 곳에서 왔을 가능성을 발견했다"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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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해양 플라스틱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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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The Ocean Cleanup)
하늘뿐이 아닙니다. 플라스틱은 이미 바다도 접수했습니다.
위 지도의 5개 구역은 전 세계 5대 해양 플라스틱 축적지역을 표시한 것입니다. 가장 큰 플라스틱 섬인 1번 지역은 ‘거대한 태평양 쓰레기 패치, Great Pacific Garbage Patch(GPGP)’라고 불립니다. 해양 플라스틱 제거 활동을 하는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인 오션클린업(The Ocean Cleanup)에 따르면 GPGP의 면적은 160만㎢에 이른다고 합니다.
160만㎢, 크기가 감이 잘 잡히시나요? 이는 무려 프랑스 면적의 세배나 되는 크기라고 합니다. 무게도 어마무시합니다. GPGP에는 약 8만 톤의 플라스틱이 떠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점포 제트기 500대의 무게와 맞먹는다고 합니다.
수량으로는 약 1조 8천억 개의 플라스틱 조각입니다. 이 수치를 전 세계 인구수인 70억으로 나누어보면, 250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즉, 우리 모두가 약 250개의 플라스틱 조각을 이 지역 바다에 버린 셈입니다.
https://theoceancleanup.com/great-pacific-garbage-patch/
(디오션클린업 자료 바로가기)
어떻게 플라스틱이 섬을 형성하게 되었을까요?
여러분이 캘리포니아 해변에 무심코 페트병을 버렸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 페트병은 해류를 타고 멕시코 남쪽으로 갔다가 북적도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가로질러 일본 근처로 이동합니다. 이 병은 다시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북쪽으로 갔다가 북태평양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합니다.
페트병은 바다를 떠다니면서 점점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쪼개져 영원히 바다를 떠돌게 됩니다. 페트병은 또 다른 플라스틱을 만나고 뭉쳐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장기간에 걸쳐 무한 반복합니다.
그 결과, 망망대해에 5개의 거대한 플라스틱 섬이 형성되었습니다. 이 섬은 어느 누가 아닌 바로 우리가 만든 재앙인 것입니다.
(이미지출처 내셔널지오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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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는 해양 비상사태
유엔 해양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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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제2차 유엔 해양 콘퍼런스(UN Ocean Conference)’가 열렸습니다.
컨퍼런스에서 안토니오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해양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선언하고, 매년 8백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된다면서 “과감한 조치가 없으면 2050년이 되면 플라스틱이 모든 바다 물고기를 짓누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엔해양콘퍼런스의 청소년 및 혁신포럼에서 연설하는 유엔사무총장 (출처 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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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으로 파괴되는 해양생태계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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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흘러간 막대한 플라스틱 때문에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요. 해양오염과 관련한 정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는데, 연구 결과는 정말 암담합니다.
지난 2월 세계자연기금(WWF)은 플라스틱과 관련한 2,592개의 연구를 분석한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이 해양 생물종,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https://wwfint.awsassets.panda.org/downloads/wwf_impacts_of_plastic_pollution_on_biodiversity.pdf
○ 21세기 말까지 미세플라스틱 50배 증가할 것
우선 보고서는 21세기 말까지 그린란드 면적의 2.5배가 넘는 해양 지역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50배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바다 1㎥당 미세플라스틱 1.21×105 이상 존재
또한 보고서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미 생태적 위험 한계치인 미세플라스틱이 1㎥당 1.21×105 이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지중해, 동중국해, 황해, 북극 해빙 지역과 같은 오염이 집중되는 특정 ‘핫스팟’에서는 이미 상당히 생태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임계치(threshold)를 초과했다고 하네요. 미세플라스틱이 한계치를 넘으면 최악의 경우 해양생물종 멸종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둥지에 플라스틱 쓰레기와 함께 있는 갈라파고스 가마우지 (출처 가디언)
○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바닷새와 거북이
또한 해양 생물종의 88%가 플라스틱에 의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데 모든 바닷새의 최대 90%와 모든 바다 거북이의 최대 52%가 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플라스틱은 해양 동물에게 부상 또는 사망을 유발하며 생물체의 이동 또는 성장을 제한하고 음식물 섭취, 면역 반응 또는 유기체의 생식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아울러 해양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데 필수인 맹그로브와 산호초, 지중해의 몽크바다표범, 향유고래와 같은 멸종위기종까지 거의 모든 해양생물종에게 플라스틱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출처 유엔)
○ 탄소 배출구인 맹그로브, 해초 위기
바다는 지구에서 가장 큰 탄소 배출구 역할을 합니다. 탄소를 저장하는 맹그로브, 해초, 소금습지, 산호초 등 덕분입니다. 그런데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해 이런 해초들이 기후변화를 막는 제 역할을 못할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하이케 베스퍼(Heike Vesper) WWF 독일 해양프로그램 국장은 “일단 바다에 흘러 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는 거의 회수할 수 없다"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거하는 것보다 오염의 원인 해결을 목표로 두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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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국제협약 결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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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역사적 합의가 있었습니다.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케냐 나이로비에서 진행된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을 2024년까지 마련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동안 유엔환경총회에서는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의안을 여러 번 도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협약에는 플라스틱 오염문제를 ‘해양’에만 국한하지 않고 플라스틱의 생산, 사용 및 폐기를 포함한 전체 수명주기(full lifecycle) 차원의 관리 방안이 담길 예정입니다.
https://www.gibsondunn.com/update-on-un-roadmap-for-a-new-global-plastics-treaty/
(협약에 대한 상세내용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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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플라스틱 해결을 위한 민간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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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섹터에서도 해양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 해양 플라스틱은 내가 제거한다! 오션클린업 (The Ocean Cleanup)
네덜란드의 오션클린업은 과학자,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단체로 해양 플라스틱 제거를 위한 기술을 개발해 실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강에서 바다로 플라스틱이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는 방법과 이미 바다에 축적된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 강에서 유입을 차단하는 인터셉터 솔루션(Interceptor Solutions)
80%의 플라스틱이 1,000개의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간다고 합니다.
오션클린업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도미니카공화국, 자메이카, 콰테말라 등에서 주요 지점에 그물 장벽 등을 설치하여 플라스틱의 바다 유입을 줄이고 있습니다.
▪ 바다 속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인공해안선(Artificial Coastline)
쌍끌이 어선처럼 두 척의 배가 인공해안선(Artificial Coastline)을 만들어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을 인공 수거하는 방식입니다. 디오션클린업은 2040년까지 태평양 쓰레기섬(GPGP)의 플라스틱 90%를 제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스위스, 이탈리아 업체와 제휴해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한 선글라스)
○ 물 속에서 생분해되는 PHA 바이오 플라스틱
(출처 한화토탈에너지)
PHA 바이오 플라스틱은 자연상태에서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입니다.
미생물 발효를 통해 만들어기 때문에 플라스틱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생 문제도 해결되는 셈입니다.
아직 생산비용과 기술장벽이 높기 때문에 우선 시급한 어구, 부표 등 해양관련 제품에 도입하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http://www.sunhakpeaceprize.org/kr/news/issue.php?bgu=view&idx=610
(바이오 플라스틱과 관련한 선학평화상 기존글 바로가기)
한국 백령도에서 발견된 중국 플라스틱 물병 (출처 중앙일보)
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해양쓰레기의 80%는 육지에서 발생합니다. 우선적으로 플라스틱이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는 작은 노력부터 해야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