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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격차 지수 세계 최하위의 아프가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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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여성, 출처 앰네스티)
최근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아프가니스탄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146위)를 차지했습니다.
‘세계 성 격차 보고서’는 국가별 경제적 기회, 교육수준, 건강과 생존, 정치적 기회 등 4개 분야에서 남녀 격차를 종합 분석해 순위를 매기는데요, 아프가니스탄은 경제 및 교육 분야가 146위, 건강이 140위, 정치참여가 107위로 전 세계에서 성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로 나타났습니다.
http://www.sunhakpeaceprize.org/kr/news/issue.php?bgu=view&idx=644
(세계 성격차에 관한 선학평화상 기존글 바로가기)
1위를 한 아이슬란드와 아프가니스탄이 얼마나 성 평등 수준에 차이가 나는지는 아래 그림을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성 평등에 가장 근접한 아이슬란드의 분야별 점수)
(성 평등 최하위를 차지한 아프가니스탄의 분야별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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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돌아온 탈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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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아프간 대통령궁을 점령한 탈레반, AP)
안타깝게도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고통은 2021년 8월 여성을 억압했던 탈레반이 20년 만에 정권을 되찾으면서 다시 시작됐습니다.
탈레반은 1996년-2001년 아프간을 통치하며 인권탄압으로 악명을 떨쳤는데요,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에 의해 정권을 잃고 테러 단체로 명맥을 유지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다시 아프간을 점령하게 됩니다.
(2021년 8월 카불공항 철조망 담장위로 아기를 미군에게 넘기는 아프간인, 로이터)
https://apnews.com/article/afghanistan-taliban-kabul-bagram-e1ed33fe0c665ee67ba132c51b8e32a5
(2021년 8월 아프간 정부 붕괴와 탈레반의 수도점령을 보도한 기사, AP)
탈레반이 정권을 잡자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과거의 암흑기로 돌아갈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깊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과거 탈레반이 여성의 이동, 교육, 복장 등에서 큰 탄압을 가했기 때문에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요, 사람들의 우려는 곧 현실이 됐습니다.
http://www.sunhakpeaceprize.org/kr/news/issue.php?bgu=view&idx=505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 여성에 대한 선학평화상 기존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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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죽어가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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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7일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는 탈레반 재집권 이후 아프간 여성들의 삶을 다룬 ‘천천히 찾아오는 죽음: 탈레반 집권하의 여성’ 이라는 심상치 않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아프간 20개 주에 거주하는 14세-17세의 여성 101명과 탈레반이 운영하는 구금시설의 전·현직 직원, NGO 및 아프간 전문가 등을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앰네스티 발표자료 바로가기)
보고서는 탈레반은 1년도 되지 않아 아프간 여성들의 권리를 말살시켰고 교육, 노동, 자유 등 모든 영역에서 아프간 여성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먼저 탈레반 집권에 반대하며 평화적인 시위를 벌인 여성들이 위협, 체포, 구금, 고문, 강제 실종되는 실태에 대해 밝히고 있는데요, 강제 구금된 여성 시위대는 각종 폭행과 학대, 비위생적 환경에 내몰렸다고 합니다.
(탈레반 지시에 의해 얼굴을 가리고 뉴스를 진행하는 여성앵커, 연합뉴스)
또한 탈레반은 아프간 전역에서 건강, 교육 분야의 일부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여성이 일하는 것이 금지했습니다.
마흐람(mahram, 남성 보호자)이 없거나 마흐람 자격이 없는 남성과는 공공장소에 나타나는 것을 ‘도덕적 타락’이라며 역시 금지했습니다. 여성은 자유로운 이동도 막힌 것입니다.
보고서에는 아이들을 커피숍에 데려오거나 여성이 마흐람과 함께 있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옥에 오는 숫자가 매달 증가하고 있다는 교도소 직원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과거엔 이런 이유로 감옥에 오는 일은 없었다는 말과 함께.
(2022년 1월 빵을 구하기 위해 기다리는 아프간 여성들, 로이터)
또한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아동결혼, 조혼, 강제결혼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경제적 위기, 여성의 교육 및 취업가능성 부족, 탈레반 단원과 결혼을 강요하는 가족, 자신과의 결혼을 강요하는 탈레반 단원이 주요 이유라고 합니다.
보고서에는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약 86만 원(670달러)를 받고 13살 딸을 30세 남자와 결혼시킨 한 엄마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그녀는 열 살인 작은 딸이 딸이 공부를 해서 가족을 부양하길 원하지만,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면 결혼을 시켜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아프간 대학에서 여학생에게 권장되는 복장 (출처 앰네스티)
“이 어린 소녀들은 단지 미래를 갖고 싶었을 뿐인데, 지금은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프간 고등학교 교사 파티마(Fatima)-
탈레반은 중학생 나이의 소녀 교육을 거의 차단했습니다. 대학교에서도 탈레반에 의해 여학생들에게 위험한 환경이 만들어지자 다수의 여학생들이 대학교육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앰네스티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통해 탈레반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탈레반의 여성 대우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른 형태의 영향력을 사용할 것을 국제사회에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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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아프가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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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국제사회는 탈레반을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원조를 끊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공공자금의 75%를 해외 원조가 차지하고 있었으니 돈줄이 끊긴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11조 원(90억 달러)이 넘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해외 자산도 동결했습니다.
(기근에 달리는 아프간 어린이, 출처 아프간 적신월사)
유엔식량계획은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절반 이상인 2,280만 명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해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아프간은 34개 주 중 25개 주에서 급성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5세 미만 어린이의 절반과 임산부 및 모유 수유 여성의 25%가 영양지원이 필요한 상태라고 합니다.
https://www.wfp.org/emergencies/afghanistan-emergency
세계은행은 올해 아프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년 전보다 34%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유엔난민기구(UNHCR)는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15%에 육박하는 557만 명이 난민 신세라고 밝혔습니다.
(마약에 중독된 아프간 남성이 개의 입에 마약을 불어넣고 있다. 출처 AP)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인신매매가 횡행하고 많은 국민들은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 재배를 통해 마약중독에 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6월 아프간 남동부에 강한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자 탈레반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여성의 자살률이 남성보다 높은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고 합니다. 탈레반이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려면 여성 인권에 관해 최소한의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 정책을 펴야 할 것입니다.
지구라는 작은 행성 안에 ‘완전한 성 격차 해소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나라’와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인권조차 억압받고 있는 나라’가 동시대에 공존하고 있는 사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 선학평화상은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