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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NS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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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역으로 퍼지는 히잡 시위


(사진 AP)


지난 916일 이란에서 22세 여성이 사망한 사건이 전 세계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고 3일만에 죽음에 이르게 됐습니다.

 

경찰당국은 심장마비를 이유로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를 믿지 않는 이란 국민들의 분노는 반정부 시위로 확대되며 이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란 테헤란의 시위현장, AP)

 

이번 시위는 규모와 성격 면에서 이란에서 여러 차례 일어났던 기존의 시위들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아미니는 이란 내 소수민족인 크루드 족이었으나 이번 시위는 크루드 족만의 시위가 아닙니다.

 

수도 테헤란에서부터 전통 보수지역인 마샤드나 쿰에 이르기까지, 부유층부터 시장상인, 노동자 등 각계각층의 지역, 계층, 민족이 시위에 동참하고 있고 많은 나라들에서 이들의 시위를 동조하고 있습니다.

 

보수지역에서 시위가 일어난 건 전례가 없다고 합니다. 또한, 여성들뿐만이 아니라 남성들도 여성에 대한 폭력을 반대하는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띕니다.

 

시위대의 요구는 단지 여성에 대한 경찰의 폭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닌 이란 정권에 대한 반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며 국가 최도 지도자의 포스터를 파괴하고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친다고 합니다.

 https://edition.cnn.com/2022/09/21/middleeast/iran-mahsa-amini-death-widespread-protests-intl-hnk/index.html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해 강경파인 에브라힘 라이시가 대통령이 된 후 개혁파인 전임 대통령을 정책들을 뒤집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으로 히잡 법을 엄격하게 시행했습니다.

 

(히잡을 쓰지 않아 동물용 올가미까지 동원되어 체포되는 이란여성)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국(OHCHR)은 이란 도덕경찰이 최근 몇 달간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여성들을 얼굴을 때리고 곤봉으로 구타하고, 경찰 차량 안에 잡혀가는 모습이 담긴 수많은 영상이 접수됐다고 밝히며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ohchr.org/en/press-releases/2022/09/mahsa-amini-acting-un-human-rights-chief-urges-impartial-probe-death-iran

 

비영리기구인 국제위기그룹의 알리바에즈(Ali Vaez) 이란 책임자는 뉴욕타임스에 젊은 세대가 이런 종류의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는 잃을 것이 없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번 시위의 배경에 대해 밝혔습니다.

 https://www.nytimes.com/2022/09/26/briefing/iran-protests-mahsa-amini.html

 

이란 정부는 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BBC의 보도에 따르면 시위발생 이후 11일 동안 이란 보안군에 의해 최소 76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체포됐다고 합니다.

https://www.bbc.com/news/world-middle-east-63047363


 

히잡 시위의 역사


이란에서 히잡은 여성 인권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이란에서 여성이 히잡 착용이 의무화되고 남녀 분리정책이 시작된 것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지금과 달리 여성은 반드시 머리카락을 가리고 정숙한 이슬람식의복만을 입어야 한다는 엄격한 법적 규제가 없었습니다.

 

이란 학자인 에샤모메니(Esha Momeni)AP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대부분의 여성들은 시골지역에 있었고 히잡을 착용하는 게 가능하지 않았다많은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는 루사리(roosari)’ 또는 캐주얼 헤드 스카프를 착용했는데 이는 종교적인 의미를 갖기보단 전통 의류의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https://apnews.com/article/iran-middle-east-religion-7de9a98cc304922098a62dc9223986ad

 

(1979년 이란 혁명)

 

오히려 히잡 착용이 금지되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란의 근대화를 추진했던 팔라비 왕조가 통치하던 1936년도에 히잡 착용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었는데요, 이란 출신의 기자이자 학자인 에스판디아리는 이를 두고 이란 여성의 승리이자 동시에 비극이라고 말했습니다. 히잡 착용이 의무화됐을 때처럼 이 역시 여성의 히잡 착용 선택권이 박탈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팔레비 왕조 시기에 이란 여성의 권리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여성의 결혼 최저연령이 13세에서 18세로 상향되고, 당시로선 상당히 진보적이었던 일부일처제를 명시한 가족 보호법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의회엔 여성이 진출하고 여성 장관과 판사도 있었습니다.


(1970년대 이란 여성들)

 

(팔레비왕조의 마지막 황제와 미국 닉슨 대통령 부부)

 

하지만 개혁정책과 함께 반대세력에 억압적이었던 팔레비왕조는 1979년 잘 알려진 시민혁명인 이슬람 혁명으로 사라졌고, 혁명으로 들어선 새로운 정부는 히잡 착용을 강제했습니다.

 

새 정부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공공장소에 나타나는 것을 범죄로 간주하여 74대의 태형에 처하는 조치를 내리게 됩니다. 또다시 여성의 히잡 착용의 선택권이 사라진 것입니다.

 

이란 여성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이유


(터키 이스탄불 이란 영사관 앞에서 잘린 머리카락을 든 시위대, 연합뉴스)

 

이번 시위에서 눈에 띄는 장면은 항의의 뜻으로 많은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점입니다. 이란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시위대가 머리카락을 자르는 영상들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머리카락 시위는 시위에서 이란 군부의 총에 맞아 사망한 한 남성의 여동생이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관에 뿌리는 장면으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출처 트위터 영상)

 

영국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샤라 아타시의 CNN과의 인터뷰에서 머리카락 자르기를 "권력자의 힘보다 분노가 더 강할 때 나타나는 고대 페르시아(현재 이란)의 전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000년 전 페르시아어로 쓰인 가장 중요한 문학작품인 ‘Shahnameh’라는 장편 서사시를 소개했는데요, 이 작품에서 영웅 시아바시가 살해되자 그의 아내 파란기스, 그와 함께 있던 소녀들이 불의에 저항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랐다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란 여성이 선택할 수 있어야


이번 히잡 시위는 근본적인 화두를 던졌습니다. 히잡을 쓰는 것은 누구이고 선택권도 누구에게 있느냐입니다. 아래 사진들을 볼까요?

 

(1979년 평등권을 주장하는 이란 여성들, AP)

 

(1979년 히잡 착용을 찬성하는 이란 여성들, AP)

 

(1979년 평등권 시위 중 논쟁하는 이란 여성들, AP)

 

앞서 언급한 BBC 기사에서 이란계 영국 언론인인 라나 라힘푸르는 팔라비 왕조시절 여성들의 삶이 더 독립적이었으며, 여성의 권리가 더 보장됐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고 했습니다.

 

과거의 이란은 오늘날에 비해 훨씬 보수적이며 종교적인 사회였고 종교적인 여성들은 히잡을 착용하고 외출하는 게 더 편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AP 통신은 이란 젊은이들은 아미니의 의문사를 인권 억압의 상징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어느 사회든 전통과 문화는 존중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전통이라는 이유로 억압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히잡을 선택할 권리. 누구에게 있을까요? 더 이상 이란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히잡을 불태우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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