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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억 번 째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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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 게가르니크주 주지사 페이스북)
2022년 11월 15일 서아시아의 아르메니아에서 키 49cm, 몸무게 2.9kg의 여자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아르피(Arpi)입니다. 유엔은 이 아이의 탄생을 축하했고 아이가 태어난 게가르쿠니크(Gegharkunik)주의 주지사도 소셜미디어에 아이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세계 언론들도 아르피의 탄생을 보도했습니다.
도대체 이 아기가 누구기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까요? 이 아기는 유엔이 인정한 지구상의 80억 번 째 사람입니다.
어떤가요. 이 정도면 관심받을 만하지 않나요?
https://english.pravda.ru/news/society/154800-eight_billion/
유엔은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유엔인구기금 인터넷 홈페이지, https://www.unfpa.org/)
인구가 얼마나 빠르게 증가했는지 잠깐 알아볼까요.
◎ 인류가 농사를 시작했던 기원전 8천 년 전 전 세계 인구는 약 500만 명이었고 서기 1년에 약 2억 명이 되었습니다. 8천년 동안 1억9천5백만 명이 늘어난 것이죠.
◎ 1700년대 산업혁명으로 유아 사망률이 급감하면서 인구는 폭발적 증가를 보여 1800년에는 총 인구가 10 억 명에 이르렀습니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100년 만에 8억 명이 늘어난 것입니다.
◎ 1974년에 40억 명에 도달한 인류가 지금은 80억 명을 넘었으니 두 배인 40억 명이 느는 데 불과 48년 밖에 안 걸린 것입니다.
◎ 현재는 분당 약 140명씩 태어나는데 이는 하루 약 20만 명이고 연간으로 보면 약 8천만 명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https://www.history.com/news/how-fast-is-the-worlds-population-gro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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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0년 104억 명까지
늘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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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 유엔은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보고서를 냈습니다. ‘세계 인구의 날’은 유엔이 인구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세계 인구가 50억 명을 돌파한 시점인 1987년 7월 11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세계 인구는 한동안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추정한 세계 인구 추이는 2030년에 약 85억 명, 2050년에 97억 명, 2080년경에 104억 명으로 정점에 달해 2100년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BBC)
하지만 인구가 늘어도 그 속도가 과거처럼 빠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최근 수십 년 동안 출산율이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에 증가율은 점차 완만해질 전망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산모 1인당 출산율 2.1명 미만인 국가나 지역에서 살고 있는데 이는 더욱 낮아질 전망입니다.
(인구 1억 명이 넘는 12개 국가, 출처 유엔)
그러면 어느 지역에서 인구가 늘어날까요.
유엔은 2050년까지 늘어나는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콩고민주공화국, 이집트, 에티오피아, 인도,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필리핀, 탄자니아 8개국에 몰려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늘어나는 인구가 대부분 저개발 상태의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에 집중되어 있네요.
미국의 인구정보기구인 세계인구리뷰(WPR)는 2050년까지 아프리카의 인구가 24억 명에 달하고 2100년에는 41억 명으로 늘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대륙, 지역별 인구증가추이 예상, 출처 유엔)
(탄자니아 인구추이, 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
(콩고민주공화국 인구추이, 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
(파키스탄 인구추이, 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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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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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인구보고서와 미국의 세계인구리뷰(WPR) 자료를 통해 몇 가지 사실들을 알아볼까요.
◎ 올해 기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에 세계 인구의 29%인 23억 명이 살고 있으며 이어 중앙아시아, 남아시아에 26%인 21억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별 인구. 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
◎ 내년인 2023년도에 인도가 중국을 추월해 세계 인구 1위국 지위에 올라설 예정입니다. 두 나라 인구는 현재 약 14억 명으로 비슷하지만 2050년엔 인도가 16억6천만 명, 중국은 13억1천만 명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위 인도, 아래 중국 인구변동 예상, 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
(국가별 인구 랭킹, 출처 유엔)
◎ 2019년 기준 전 세계의 기대 수명은 72.8세인데 2050년에는 77.2세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하지만 현재 저소득 국가의 기대수명은 63세로 세계 평균보다 거의 10년이 낮습니다. 이 격차는 2050년에 8.4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5세 미만 유아사망률도 저소득 국가가 고소득 국가 대비 13배 이상 높습니다.
(지역별 기대수명, 출처 유엔)
◎ 모든 지역의 국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기대수명이 낮았는데 호주와 뉴질랜드는 2.9년, 남미와 카리브 해 지역은 7년이나 차이를 보였습니다.
(출처 UNFPA)
◎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의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65세 인구 비율은 2022년 10%에서 2050년 16%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때문에 인구 고령화 국가들은 장기요양시스템 및 사회보장, 연금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출처 UNFPA)
◎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지역은 최근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10대 출산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1년 15세~19세 여성의 1,000명 당 출생아 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101명으로 가장 높았고,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해 지역에서 53명을 보였습니다. 10세~14세 여성의 출산 통계도 같은 순위가 나왔습니다.
10대 출산은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건강과 사회적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해당 지역의 대부분 정부가 청소년 출산을 주요 관심사로 두고 청소년의 성 및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를 하고 있다고 유엔은 전했습니다.
(지역별 10대 출산비율, 출처 유엔)
◎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급격한 인구감소로 고민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유는 높은 이민율과 자연증가(출생과 사망의 차이)에 따른 것입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의 인구 증가율은 연간 0.7%~0.9% 사이라고 합니다. 캐나다의 지난 10년간 인구 성장률은 0.8%~1.2%입니다.
이민은 향후 고소득 국가의 유일한 인구증가 요인이 될 것입니다.
(미국 인구추이, 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
(캐나다 인구추이, 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
◎ 대부분 국가의 인구 그래프는 오르거나 내리거나 추세의 변동이 없는데 그래프 중간에 큰 변화 점을 보이는 두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남미의 베네수엘라와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입니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5년간 인구 감소를 겪다가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구가 감소한 이유는 경제난을 피해 나라를 떠난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베네수엘라 인구추이, 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
우크라이나도 1990년대 이후 가난과 부패를 피해 떠난 사람으로 인해 인구가 계속 줄고 있었는데 올해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피란민과 사망자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유엔은 2050년대에 우크라이나 인구의 거의 5분의 1을 잃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인구추이, 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
https://population.un.org/dataportal/home
https://www.unfpa.org/8billion/8trends
https://worldpopulationreview.com/
(참고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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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증가, 인류의 축복이 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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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안토니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인구 80억 명 달성에 대해 “인류의 다양성을 축하하고, 공통된 인간성을 인정하며, 수명을 연장하고 산모와 어린이 사망률을 극적으로 감소시킨 보건 분야의 발전에 경탄”한다며 축하 메시지를 냈습니다. 이어 “동시에 지구를 돌보는 우리의 공동 책임을 상기시킨다”고 덧붙였습니다.
https://www.un.org/en/desa/world-population-reach-8-billion-15-november-2022
지구에 사람이 늘어나는 게 긍정적일까요 부정적일까요
분명한 건 폭발적인 인구 증가는 인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최근 열린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개최국인 이집트는 ‘급격한 인구 증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가의 취약성을 얼마나 악화시킬 수 있는지’를 중요한 의제로 내세웠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인구 증가를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 수백만 달러를 들여 산아 제한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전 지구적으로 인구증가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인구증가가 지구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되고 세계 불평등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