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난민(Climate Refugees)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출처: The 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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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난민(Climate Refugees)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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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후난민(Climate Refugees)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지난 1985년 유엔환경계획(UNEP) 전문가인 에삼 엘 힌나위(Essam El-Hinnawi)가 기후난민을 “현저한 환경 파괴로 인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전통적인 서식지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로 정의한 이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2020년 11월 허리케인이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를 강타했을 때 사람들은 폭우와 산사태로 집과 생계를 잃고 식수조차 얻을 수 없게 되자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극심한 날씨 변화로 모국에서 더 이상 살기가 어려워지자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어 난민 신세가 된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홍수, 가뭄, 태풍,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전 세계 곳곳에서 이런 기후난민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영국 엑서터대학교(University of Exeter)와 중국 난징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2023년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지금 추세라면 지구 평균온도가 0.1℃ 상승할 때마다 1억 4,000만 명이 극한 기후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기후 평균온도 상승폭에 따른 기후 적소 바깥에 사는 인구수 분포
(출처: Nature Sustain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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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기후난민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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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기후난민의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기후난민 문제는 글로벌 이슈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주와 난민 문제를 다루는 국제기구들은 2050년이 되면 기후난민이 약 1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제평화연구소(IEP)가 지난 2018년 9월 발표한 생태계위협보고서에서 제시한 예측치로, 이 예측이 맞다면 2050년 전 세계 인구의 10%는 기후난민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2018년 세계은행도 비슷한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세계은행은 ‘Groundswell : 내부 기후 이주 준비’ 보고서에서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050년엔 1억 4,000만 명 이상이 고향을 떠나 자국 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기후난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최근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국제 NGO 자국내난민감시센터(IDMC)가 2023년 5월 발표한 보고서 ‘그리드 2023’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만 약 3,260만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했는데요, 이는 지난 10여 년의 평균 수치보다 41%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치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자국 내 다른 지역으로 간 난민 약 7,110만 명 중 기후난민은 전체 난민의 53%(약 3,260만 명)로, 전쟁난민(약 2,830만 명)보다 더 많습니다.
다음 지도는 2022년 한 해 동안 자연재해 및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 규모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파란색(기후난민)이 주황색(전쟁난민) 보다 넓은 것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2022년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콩고민주공화국 내전 등 전쟁으로 인한 난민이 60%나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재해로 인한 난민이 더 많습니다. 이는 향후 전쟁보다 기후가 인류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암시합니다.
2022년 자연재해와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 규모. 파란색은 기후난민을, 주황색은 전쟁난민 규모를 나타낸다.
(출처: 그래픽 자국 내 난민 감시센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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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난민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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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난민이 발생하는 주원인은 인간의 지구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 때문입니다. 기후 변화는 가뭄, 홍수, 강풍, 해수면 상승 등의 문제를 야기해 특정 지역에서 흉작과 식량 부족, 생태계 변화 등을 초래합니다.
2022년 기후난민의 98%는 홍수, 가뭄, 산불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로 발생했습니다.
홍수
지난 한 해 동안만 약 1922만 명이 홍수로 기후난민이 되었는데요, 이는 전체 기후난민 10명 중 6명에 해당합니다. 최근 3년 동안 태평양 동부 수온이 평소보다 0.5℃ 이상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지속되면서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브라질 등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가뭄
한편 지구 반대편에서는 가뭄으로 난민이 대거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서는 6년 연속 장마철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심각한 가뭄이 찾아오면서 약 220만 명이 고향을 떠났습니다.
해수면 상승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 및 빙산의 녹음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 지역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고 해안 침식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일부 섬이나 저지대는 영구적으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살 곳을 찾아 이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CLIMATE.GOV.KI)
피지, 투발루, 키리바시 등 남태평양 섬나라 주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자체가 침몰될 위기라 국민 대다수가 기후난민이 될 절박한 처지입니다.
식량 부족
기후 변화는 농작물의 수확량에 영향을 미칩니다. 기후 조건의 변화로 인해 생산성이 감소하고 식량 부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식량 부족은 특히 빈곤 지역의 주민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생존을 위한 대규모 이주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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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전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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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험은 상호 연결되어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보고서 '2020년 강제이주 글로벌 동향'에 따르면, 2020년 전체 분쟁 실향민의 95%가 기후변화에 취약하거나 매우 취약한 국가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기온이 상승하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줄고 수질이 저하됩니다. 가용수가 줄면 농작물 실패로 이어져 소득과 식량 공급을 감소되고, 오염된 물은 질병을 확산시킵니다. 궁핍과 질병이 겹치며 안정적 생활이 파괴되면 갈등이 증가합니다.
시리아가 대표적 예입니다. 2006년과 2010년 사이에 시리아에는 이전에는 비옥했던 농경지가 사막화되면서 작물 수확량이 급감하고 가축의 85%가 사망하였습니다.
식량 가격이 치솟자 1만 명의 농촌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이주했고, 도시에서 빈곤에 직면한 사람들은 이슬람 국가(IS)의 신병 모집자들에게 쉬운 표적이 되었습니다.
시리아 용병 모집을 위한 홍보 영상의 스크린샷
(출처 : Syrians for Truth and Justice)
물론 이것이 시리아 내전을 일으킨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기존의 긴장을 악화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그 결과 수십 년 만에 세계 최악의 난민 위기를 촉발한 분쟁이 발생했으며, 약 6만 명의 시리아인(인구의 약 6분의 1)이 자국을 떠나야 했습니다.
비단 시리아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말리, 예멘 등 분쟁 지역에서 기후 위험이 높아지며 복합적인 위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와 ‘분쟁 또는 폭력을 경험하는 국가’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는 국제적 갈등의 잠재적 씨앗이라는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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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난민을 돕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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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해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들을 돕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기후난민에 관심 갖기
우선 기후난민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의 영향과 기후난민의 상황을 알리고, 이에 대한 대처와 해결책에 대해 교육하고 홍보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기후난민 돕기 캠페인 참여
기후난민들은 주거, 식량, 의료, 교육 등 다양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기후난민을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자원봉사조직의 캠페인에 참여하여 기후난민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데 동참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국제기구, 기업에 압력 넣기
기후난민 문제는 국가 간 협력과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글로벌 이슈입니다. 시민 한 사람의 힘은 작지만 그 힘이 모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부 및 국제기구, 기업에 압력을 가한다면 기후난민을 위한 정책과 자금 지원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개발국가의 기후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차원의 금융 및 기술 지원이 필요한데요, 국제사회가 기후난민의 이주와 재배치를 돕기 위한 자금 지원 및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후변화 대응 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제기구, 기업에 압력을 넣을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전쟁입니다.
혜택을 보는 것은 부자들이고 대가를 치르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선학평화상 수상자 아노테 통 전 키리바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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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연제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