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Black Sea Grain Initiative)이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중단된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해 2022년 7월 체결된 협정으로, 지난 7월 17일 러시아가 효력 종료를 선언하여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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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흑해곡물협정(Black Sea Grain Initiative)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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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흑해곡물협정(Black Sea Grain Initiative)이란 흑해를 오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협정입니다. 전쟁 중에도 곡물 수출이 원활하게 될 수 있도록 한 협정이죠.
우크라이나는 농산물 수출 세계 4위인 농업 국가로, '세계의 빵 바구니'라고도 불립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오데사 지역 바라노베의 작물 농장 전경
그런데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흑해 항만이 봉쇄되면서 해상 곡물 수출길이 막혔고,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식량 위기가 고조되었습니다. 협정 체결 직전인 지난해 6월 세계 밀 가격은 전년 대비 56.5%, 옥수수 가격은 15.7% 급등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곡물 의존도가 높은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 위기가 심각했습니다.
결국 UN과 튀르키예가 중재에 나섰고 2022년 7월 22일 흑해 곡물 협정을 맺은 후 우크라이나 3개 항만(오데사, 초르노모르스크, 피브데니) 봉쇄가 풀려 선박을 통한 곡물 수출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출처: 유엔
● 흑해곡물협정의 주요 내용
흑해곡물협정은 구체적으로는 두 개의 협정입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튀르키예-유엔’이 맺은 협정이고, 다른 하나는 ‘튀르키예-유엔-러시아’가 맺은 협정인데요, 러시아가 파기한 것은 후자입니다.
안전한 운송 경로를 만들기 위해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러시아, 유엔 대표들은 합동 조정 센터(Joint Coordination Center)를 만들어 군함, 비행기, 무인 항공기가 해상 인도주의 회랑에 접근할 수 있는 거리를 결정했습니다.
협정에 참여하는 모든 선박은 튀르키예 해협의 입구 또는 출구에 위치한 특별 조정 센터(SCC)에서 수행 검사를 받고, 이후 해상 인도주의회랑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구(오데사, 초르노모르스크, 피브데니)에 도착합니다.
· 주요 수출 곡물
흑해곡물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1690만 톤과 밀 890만 톤을 포함한 3290만 톤의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었습니다. 분쟁 이전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통해 연간 약 2500만~3000만 톤의 옥수수와 1600만~2100만 톤의 밀을 수출했습니다.
· 협정 형태
협정은 120일 동안 유효하며, 갱신 가능한 형태로 체결됐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2년 7월 22일 협정을 맺은 후 세 차례에 걸쳐 협정을 연장해 지금까지 유지해왔습니다.
사진 출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우크라이나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하는 세계식량계획(WFP)의 밀 화물선이 마르마라 해에서 JCC(Joint Coordination Center) 검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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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흑해곡물협정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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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두에서 밝혔듯이 우크라이나는 농산물 수출 세계 4위인 농업 국가로 곡물과 종자유 원료의 주요 생산국입니다. 우크라이나 곡물이 전 세계 4억 명을 먹여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곡물은 전 세계 밀 수출의 10%, 보리의 15~20% 이상, 해바라기유의 50% 이상을 차지하는데요, 항만을 통한 농산물 월 수출량은 500만~600만 톤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와의 전쟁 이후 흑해의 우크라이나 항구가 봉쇄되어 수출할 길이 막히게 된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는 6월 기준 400만 톤의 농산물만 수출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대비 수출량이 1/4로 준 셈입니다.
이 때문에 세계 식량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세계적인 기근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습니다.
특히 전 세계 가장 가난한 국가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있는 세계식량계획(WFP)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매년 수백만 톤의 식료품을 구매하고 있으며, 그중 약 75%가 곡물입니다. 2021년 세계식량계획(WFP)은 우크라이나로부터 총 440만 톤을 구매하여 전체의 20%를 제공했습니다.
다행히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된 이후 곡물 공급이 안정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20%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 협정으로 이집트와 레바논 등 수입 식량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에 큰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 에티오피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기아에 시달리는 최빈국도 숨통이 트였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흑해곡물협정 이후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72만 5000톤이 최빈국들에 국제 원조로 전달되었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곡물수출중단으로 선박들이 우크라이나 항만인근 바다에서 표류 중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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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세계 식량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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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계획(WFP)이 구매한 식량은 대부분 아프리카로 갑니다. 그래서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리카와 가까운 동유럽에서 대부분의 곡물을 공급받아 왔는데요, 이번 협정의 종료로 세계식량계획(WFP)은 다른 경로를 찾아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로마에서 열린 식량 시스템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풍요로운 세상에서 사람들이 계속해서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죽는다는 것 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그는 “세계 식량 시스템이 고장났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흑해 이니셔티브가 종료됨에 따라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가장 높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UN의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현재 7억 8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굶주림을 경험하고 있으며, 생산된 전체 식품의 약 1/3이 손실 혹은 낭비되고 있으며, 약 3억 명이 건강한 식사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협정이 파기되며 곡물 거래 붕괴가 취약계층에 더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협정 참가는 선택일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과 그밖에 모든 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협정 파기의 대가를 치러야 할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평화의 범위를 미래로까지 넓혀야 합니다.
비록 우리가 만나지 못한다 해도 우리 후손들이 행복한 삶을 꾸려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선학평화상 설립자 한학자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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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연제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