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성 페미니즘은 성별, 인종, 계급 등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며 발생하는 차별을 해결하는 접근법입니다. 이 글에서는 차별 사례와 해결 방법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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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성 페미니즘: 얽혀 있는 차별을 풀어내는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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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ake Forest University)
모든 여성이 평등한 것은 아니다.
2018년,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 소셜 미디어를 강타했습니다. 사진 속에는 흑인 싱글맘이 길 한복판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뉴욕의 한 대형 백화점 청소부로 일했던 그녀는 밀린 건강보험료 탓에 해고되었습니다. 그 눈물은 단순히 개인의 아픔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고통은 목소리가 되어 세상에 말했습니다.
“이것이 흑인 여성의 현실이다.”
그녀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었습니다. 성별, 인종, 빈곤이라는 교차된 억압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었던 겁니다. 바로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교차성 페미니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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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성 페미니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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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ortheastern)
차별의 교차로에서 길을 잃다.
우리는 흔히 페미니즘을 단일한 개념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모든 여성은 평등하지 않으며, 각자의 정체성이 교차하며 겪는 억압은 더욱 복잡하고 심화됩니다. 교차성 페미니즘(Intersectional Feminism)은 이러한 얽힌 차별을 인식하고 풀어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접근입니다.
1989년, 법학자 킴벌리 크렌쇼(Kimberlé Crenshaw)는 흑인 여성들이 겪는 차별이 흑인 남성이나 백인 여성의 차별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차성(intersectionality)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그녀는 억압이 단순히 덧셈으로 합산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히며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야기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크렌쇼는 이를 차별의 교차로에서 일어나는 충돌로 비유했습니다. 흑인 여성은 성별 차별이라는 한 차선과 인종적 편견이라는 다른 차선이 교차하며 생기는 충격을 동시에 마주합니다. 이로 인해 단순한 억압을 넘어선 복합적인 고통을 겪게 됩니다.
유엔 여성기구(UN Women)는 교차성 페미니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불평등이 성별, 인종, 장애, 계급 등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며 발생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성 평등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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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성 페미니즘이 무시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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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SA Today)
차별은 한 방향으로만 오지 않는다.
차별은 결코 한 방향으로만 오지 않습니다. 다양한 정체성이 얽힌 사람들에게 차별은 교차로처럼 겹쳐져 나타납니다. 그 충격은 단순한 배제가 아니라 생존 자체를 위협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SayHerName 운동입니다. 경찰 폭력으로 희생된 흑인 여성들의 이름을 알리고 그들의 죽음이 통계로 축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작된 이 운동은 브레오나 테일러 사건을 계기로 주목받았습니다.
2020년, 흑인이자 간호사였던 브레오나 테일러는 경찰의 잘못된 수사 과정에서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은 주요 언론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흑인 여성의 생명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경시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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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힌 차별의 구체적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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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ature)
■ 정책의 배제성: 보이지 않는 여성들
정책은 겉으로는 모두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집단을 배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유급 출산 휴가는 모든 여성이 필요로 하는 정책처럼 보이지만, 비정규직이 많은 유색인종 여성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건강 불평등: 생명을 위협받는 현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흑인 여성의 모성 사망률은 백인 여성의 3배에 달합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 내에 만연한 인종적 편견과 무관심에서 기인합니다.
유엔 여성기구(UN Women)는 전 세계 여성의 35%가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하는데, 소수인종 여성은 이 비율이 50% 이상으로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 ⇊ |
■ 사회적 낙인: 침묵을 강요당하는 이들
성소수자 여성이나 장애 여성처럼 이중, 삼중의 차별을 겪는 이들은 단순히 배제되는 것을 넘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낙인은 그들의 목소리를 막고, 사회적 참여의 기회를 앗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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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성의 더 나은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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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성 페미니즘은 단순히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차별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그들의 경험을 통해 억압의 구조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출처: Passionate in Marketing)
1. 포괄적 정책 설계
정책은 소수자의 구체적 필요를 배제할 때 실패합니다.
때문에 정책 설계 시 성별, 인종, 계급, 장애 등 다양한 정체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2. 교육을 통한 변화
학교와 직장에서 교차성에 대한 워크숍을 도입해 차별을 이해하고 공감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3. 커뮤니티와의 협력
지역 사회에서 소수자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과 시스템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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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교차로에서 더 나은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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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유엔이 제시한 10가지 전략은 차별의 교차로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합니다. 10가지 전략은 단순한 정책 제안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태도와 책임을 강조합니다.
1.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법이 모든 차별을 금지한다고 말하는 건 너무 당연하게 들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법의 보호 바깥에 놓여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그 틈새를 메우고, 모두가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2. 젠더 관점의 통합
정책이 때로는 중립적이라고 주장되지만, 그 "중립"이란 대개 권력을 가진 자의 논리일 때가 많습니다. 유엔은 모든 정책에 젠더 관점을 통합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통해 차별의 구조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3. 데이터 수집의 개선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데이터에는 사람들이 겪는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성별, 연령, 인종, 경제적 지위 등으로 데이터를 세분화해 수집하면,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4. 소수자 참여 보장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기 전에, 그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누가 앉아 있는지부터 물어야 합니다. 소수자가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보장하는 일은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공정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위한 기본 조건입니다.
5. 교육 프로그램 강화
차별은 무지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무지는 스스로 깨지지 않습니다. 유엔은 학교와 직장에서 교차성에 대한 교육을 확대해 차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통해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6. 법적 지원 확대
차별 피해자들은 종종 법의 도움을 받기 어렵습니다. 법은 복잡하고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법적 지원을 보다 쉽게 제공함으로써, 피해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7. 경제적 역량 강화
경제적 기반이 없는 사람은 더욱 쉽게 억압당합니다. 유엔은 소수자 집단의 경제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차별을 해소하는 핵심이라고 지적합니다. 안정된 직업과 자원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를 더 잘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8. 미디어 감시 강화
미디어는 우리의 사고를 형성하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미디어가 차별적이라면? 유엔은 미디어의 표현과 보도를 감시하고, 공정한 이야기가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9. 국제 협력 증진
차별은 국경을 넘나듭니다. 그렇다면 그 해결책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유엔은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10.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와의 연계
차별을 해소하는 것은 단지 인권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경제, 환경, 정치 등 모든 영역에 걸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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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은 우리의 강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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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시아나 경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입니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 –
현대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말처럼, 진정한 평등은 모두를 포함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성별, 인종, 계급, 장애, 성적 지향 등 얽힌 정체성을 인식하며, 억압의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다양성은 우리의 강점이며, 평등은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다양성은 우리의 강점입니다. 진정한 평등은 모두를 포함해야 합니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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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연제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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