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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NSIGHTS

미래세대를 위한 평화상, 선학평화상재단입니다.

역대급 폭염을 견디자 혹독한 겨울이 온다


▪ 샤워는 5분 이내로 (네덜란드)

▪ 실내 에어컨 온도는 27보다 높게 (스페인)

▪ 피크시간이 아니면 시내 절반가량 신호등 끄기 (독일 뮌헨시)

 

지난 여름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신음했던 유럽의 여름나기 대책 중 하나였습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도 아니고 폭염 대책 치고는 이상합니다. 바로 전력난 때문이었습니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공급하던 천연가스와 석유를 줄였습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가한 제재에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팬데믹 회복 국면에서 늘어난 전력수요가 맞물리면서 유럽은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http://www.sunhakpeaceprize.org/kr/news/issue.php?bgu=view&idx=636

(최근 겪은 폭염에 관한 선학평화상 기존 글 바로가기)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는 위기를 키웠습니다. 프랑스 원전은 가뭄으로 냉각수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절반 정도만 가동되고 있고, 독일은 라인 강 수위가 낮아져 라인 강으로 실어나르는 석탄 운송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에너지 비상상황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 유럽은 여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에너지가격 폭등에 신음하는 유럽

 


겨울을 맞이하는 유럽 각국은 비상입니다.

 

영국은 에너지 가격을 1년 전보다 약 3배 인상합니다. 영국의 에너지 규제기관은 10월 영국의 가정 에너지 요금상한을 연간 약 313만 원(1,971파운드)에서 80퍼센트가량 높인 약 564만 원(3,549파운드)으로 책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내년 전기료를 10배 인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작년에 두 나라의 1메가와트시(1MWh) 당 전기료는 11만 원(85유로)였지만 독일은 117만 원(850유로), 프랑스는 137만 원(1,000유로)로 올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1년에 약 3.6MWh를 사용한다고 하니 연간 전기료가 400만 원이 훌쩍 넘게 되는 것입니다.

 

코소보는 순환 단전을 시작한 첫 번째 유럽국가가 됐습니다.

 

스트리아 정부는 주택 면적에 따라 전기, 가스 사용한도를 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범칙금을 부과할 예정이라 하네요.

 

이에 유럽은 에너지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EU는 회원국들에게 자발적으로 가스소비를 15%줄이도록 요청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앞으로 몇 주에서 몇 달간 전 국민이 에너지 사용을 10% 줄여달라고 호소하며 필요한 경우 2시간씩 가정용 전력을 끊는 정책을 실시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독일에서는 벽난로를 설치하는 가정이 늘고 있는데 땔감으로 쓸 재료의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 이상 유럽으로 가는 에너지는 없다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92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해 가격상한제를 실시하겠다고 하자 5 러시아는 유럽으로 가는 최대 천연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을 잠갔습니다.

 

그동안 러시아는 정비와 같은 기술적 이유를 들어 가스량을 줄였었는데요, 이제 노골적으로 서방의 러시아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가스관을 폐쇄한 것입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이익과 상충된다면 아무것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천연가스에 더해 석유, 석탄, 난방유의 공급중단을 선언하며 본격적으로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습니다.

 

 https://www.cnbc.com/2022/09/08/putins-threatens-to-let-europe-freeze-raising-energy-rationing-risk.html

 


유럽이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하게 된 이유

 

러시아가 서방의 여러 제재에도 굴하지 않고 더욱 강경하게 나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바로 에너지의 힘입니다.

 

유럽은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이 필요했고, 러시아도 유럽에 에너지 판매를 통해 재정을 메꿨기 때문에 두 지역 간 가스와 석유 거래는 계속 증가해왔습니다.

 

CNBC는 올해 2월 유럽이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하게 된 이유에 대해 보도했는데요.

https://www.cnbc.com/2022/02/24/why-europe-depends-on-russia-for-natural-gas.html

 

우선 북해 가스전의 고갈입니다. 유럽은 1960년대~70년대에는 천연가스를 자급하고 있었으나 영국과 네덜란드의 주요 가스 생산원인 북해의 가스전이 고갈되면서 생산량이 감소했습니다.

 

독일의 원자력발전 축소도 한몫했습니다.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 투자를 전면 중단했습니다. 현재 유럽 에너지의 13%만이 원자력 발전에서 나옵니다.

 

공격적인 탄소저감 정책도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하게 된 주된 이유입니다. 유럽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5% 감축한다는 목표 하에 석탄 사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2012년 이후 유럽연합은 석탄발전량을 3분의 1로 줄였고, 현재 유럽연합 전력의 약 20% 정도만 석탄발전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재생 및 바이오연료 비중은 아직까지 전체 에너지원의 18%에 불과합니다. 유럽 자신은 탈탄소를 향해 박차를 가하되 부족한 에너지는 러시아의 화석연료로 대체한 셈입니다.

 

이런 에너지 공백을 러시아산 천연가스가 차지했습니다. 이유는 하나. 러시아산 가스는 너무나 싸고 매장량도 풍부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유럽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비중은 43%, 원유는 25%에 달할 만큼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거래에 대해 미국은 계속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에너지는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에너지로 인해 유럽이 러시아에 예속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우려대로 이번에 러시아의 에너지가 무기화되며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국가별 에너지원에서 러시아산 가스가 차지하는 비율, 출처 IMF)

 

에너지로 분열되는 유럽


(체코의 시위대, 출처 연합뉴스)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유럽은 매우 불안한 상황입니다.

 

지난 9월 3체코 프라하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분노한 수만 명의 시위대가 몰려나왔습니다. 시위대는 체코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을 탈퇴하고, 러시아와 직접 계약을 통해 값싼 가스를 도입해야한다는 등의 목소리를 했습니다.

 

독일에서도 곳곳에서 경제난에 반발하는 시위가 예고되어 있고, 러시아와 화해를 요구하는 단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즈는 에너지 위기와 물가가 정치적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위기를 지도자들이 갖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 지원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대중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정부에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더욱 힘든 겨울을 나야하는 에너지 빈곤층

 

이번 에너지난을 계기로 유럽도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독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3EU집행위의 파올로 젠틸로니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계속해서 무기화하면 유럽연합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https://www.cnbc.com/video/2022/09/03/eus-gentiloni-says-the-bloc-is-not-afraid-of-putins-decisions.html

 


(독일의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운영시설, 사진출처 로이터)

 

러시아 천연가스에 가장 크게 의존했던 독일은 더 이상 러시아를 신뢰할 수 없음을 확인했고, 러시아 에너지에서 독립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계속 취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천연가스 수입처를 북유럽 등으로 다원화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독일과 프랑스는 에너지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서로 전기와 가스를 나눠쓰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프랑스의 가스를 독일로 보내고, 독일의 전기를 프랑스로 보낸다는 것인데 가스관 연결은 몇 달내 완료될 것이라 합니다.

 

지난 6영국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최대 규모의 북해 가스전인 Jackdaw 가스전 개발을 승인했습니다. 원래 1970에 허가됐던 Jackdaw 가스전이 이제야 최종 승인을 받은 것입니다.


(북해 가스전, 출처 Shell)

 

 

많은 노력을 시도하고 있지만 당장 겨울의 문턱 앞에 선 에너지 빈곤층들은 이번 겨울이 무척 혹독할 것으로 보입니다.

 

IMF는 유럽 내에서도 소득수준이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에 따라 영향은 제각각일 것이라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는데요, 같은 유럽이어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동유럽권 국가일수록 에너지 가격 급등에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료가격 급등으로 북유럽의 핀란드 가정에서는 생활비가 4%가 증가하는 반면, 발트 3국에 속하는 에스토니아 가정에서는 15%~25%를 추가로 더 지불해야합니다. 참고로, IMF가 추산한 올해 유럽가정의 평균 생활비 증가율은 7%입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저소득층의 고통은 커집니다. 저소득 가구일수록 전기와 가스에 많은 부분을 지출하기 때문인데요, IMF는 에스토니아와 영국에서는 가장 빈곤한 20% 가구의 생활비가 가장 부유한 가구의 생활비보다 약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국가별 소득 상위 20%, 하위 20% 가정의 생활비 증가율)

 https://blogs.imf.org/2022/08/03/how-europe-can-protect-the-poor-from-surging-energy-prices/

 

전쟁중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더욱 추운 겨울을 맞을 것입니다.

 

 (러시아 폭격으로 부서진 집과 우크라이나 시민, 출처 로이터)

 

우크라이나 국영가스사 회장은 올해 난방을 가동하는 시기가 예년보다 늦게 오고 일찍 끝날 것이며, 난방 온도를 평소보다 4도 낮은 17~18도로 낮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담요와 따뜻한 옷을 미리 비축하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세계는 역사상 처음으로 진정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에너지 시장 혼란의 진원지에 있는 유럽의 상황은 특히 위험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파티비롤 총장-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22/aug/28/ukraine-braces-for-cold-winter-amid-uncertainty-over-power-supplies


 

이렇듯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핵무기’만큼이나 치명적입니다. 그리고 그 무기는 유럽뿐만이 아니라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불안전한 에너지 공급망과 가격 변동은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프랑스 월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에너지 전쟁, 최종 승자는 누구인가’란 기사에서 러시아 전쟁으로 꼬인 글로벌 에너지 수급 문제가 결국 전 세계에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따르면 “유럽은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산 연료를 포기하며 인플레이션 위기에서 제 목을 조르는 형국이지만, 미국은 이 상황이 자국에 나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처럼 보인다. 그 사이 인도는 유럽이 버린 러시아 연료를 가로챘고, 동아시아 삼국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손익을 계산하기 바쁘다”고 꼬집었습니다.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당사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 ‘평화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는 것이 최우선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Sunhak Peace Prize

미래세대는 현세대의 생물학적 자손을 넘어 현세대가 직접 만날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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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세대가 행하는 모든 행위는 미래세대에게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주기에
우리는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