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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비난에 직면한 이란의 ‘첫’ 사형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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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주재 이란대사관 앞에서 벌어진 시위대의 처형에 항의하는 시위, 연합뉴스)
지난 12월 8일 이란에서 일어난 한 남성에 대한 사형집행을 두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들끓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는 “이란 당국은 사형판결 및 향후 추가적인 집행을 삼가고, 사형제도 전면 폐지를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촉구한다”고 규탄했습니다. 미국도 “반대를 억압하고 시위를 진압하려는 정권의 시도가 암울하게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했고 독일은 “이란 정권의 인권 경시는 끝이 없다”며 비판했습니다. 이란의 시아파 성직자도 “샤리아(이슬람율법)에 어긋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요?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0대 여성의 죽음으로 시작된 ‘히잡시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수많은 시위대가 숨지거나 체포됐는데요,
(이란의 히잡시위에 대한 선학평화상 기존 글 바로가기)
체포된 시위대 중 25명이 사형선고를 받았고 이번에 처음으로 사형이 집행된 것입니다. 남은 24명도 처형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편 카타르 월드컵에서 시위에 동참하는 의미로 국가제창을 거부한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도 체포되거나 사형에 처해질 우려가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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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70% 국가에서 사라진 사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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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이 사형제 시행국가, 녹색이 폐지국, 파란색이 사실상 폐지국)
전 세계에 사형 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는 몇 개국일까요?
국제앰네스티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법적으로 사형을 완전히 폐지한 국가는 108개국입니다. 관행에 의해 집행되던 사형을 폐지한 나라까지 더하면 사형 폐지국은 144개국으로 늘어납니다. 또한 사형제도는 있으나 10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사형을 폐지한 나라는 28개국입니다.
55개국은 여전히 사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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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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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가 2021년 발간한 ‘사형선고 및 집행에 대한 보고서(Death Sentences And Executions)’ 및 다른 자료를 통해 국제적인 사형현황에 대해 보다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2021년 18개국에서 579건의 사형집행이 이뤄졌는데 이는 2020년 483건보다 20% 증가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로는 두 번째로 낮은 기록입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사형집행이 줄어든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2010년 이후로는 2021년이 가장 낮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도별 사형집행 추이)
◎ 가장 많이 사형을 집행한 나라는 어디일까요? 중국, 이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순서로 사형을 많이 집행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사형집행 건수를 국가기밀로 분류하기 때문에 실제 데이터는 알 수 없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중국의 사형집행을 수 천 건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광범위하게 사형집행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과 베트남,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도 관련 자료 접근이 어렵습니다.
◎ 2021년 처형된 579명 중 여성은 4%인 24명입니다. 이란 14명, 이집트 8명, 미국 1명, 사우디아라비아 1명입니다.
◎ 사형집행을 늘리거나 재개한 나라도 있습니다. 이란은 2020년 246명에서 2021년 314명으로 늘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27명에서 65명으로 140% 증가했습니다. 일본, UAE, 벨라루스는 사형집행을 재개했습니다.
◎ 사형선고 현황도 볼까요. 2021년 56개국에서 2,052건의 사형선고가 있었는데요. 이는 2020년 54개국 1,477건에서 39% 증가한 수치입니다.
◎ 2021년 말까지 최소 28,670명이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이라크(8,000명 이상), 파키스탄(3,800명 이상), 미국(2,382명), 방글라데시(1,800명 이상), 베트남(1,200명 이상) 등입니다.
(연도별 사형 선고 및 집행현황, 검정막대 집행, 노란막대 선고)
◎ 국제법과 기준을 위반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란, 예멘 등 일부 국가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 18세 미만이었던 사람들을 처형했습니다. 일본, 싱가포르 등의 국가는 정신 및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사형을 선고하기도 합니다. 알제리, 방글라데시, 이집트, 요르단 등의 국가는 피고인을 참석시키지 않는 등의 불공정한 재판 후에 사형을 선고합니다.
◎ 나라별로 교수형, 약물주입형, 총살형 등의 방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 UN 193개 회원국 중 18개국(UN 회원국의 9%)이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 미국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사형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연방정부와 별개로 각 주별로 사형제를 유지(24개) 하거나 유보(3개), 폐지(23개) 하는 등 다르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1976년 이래로 1,557건의 사형이 집행됐으며 올해에만 17건이 이뤄졌습니다.
(2021년 미국 주별 사형제 운영현황, 붉은색 유지, 노란색 폐지, 주황색 유보)
https://documents.deathpenaltyinfo.org/pdf/FactSheet.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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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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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는 찬반에 대한 논란이 많고 뜨거운 주제입니다.
사형을 지지하는 측은 강력 범죄로부터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 생각합니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형을 살인과 동일시하고 사형이 살인율을 낮추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정치적 이유 등으로 무고한 사람에게 사형이 집행됐을 때는 회복할 방법이 없습니다.
주목할 점은 사형제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전 세계 3분의 2가 사형 제도를 폐지했고 폐지 또는 유예에 동참하는 국가가 늘고 있습니다.
사형에 반대하는 측은 매년 10월 10일을 ‘국제 사형반대의 날’로 정해 사형 폐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EU와 아프리카 인권위원회 및 180여 개 국가, 단체들이 속해있습니다.
올해 들어 카자흐스탄과 파푸아뉴기니, 말레이시아가 사형제를 폐지하기도 했습니다.
사형제도의 존폐.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요. 분명한 건 단 한 명도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