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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를 향해 달리는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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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온난화의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전기차의 보급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2025년이 되면 전 세계 전기차 보급은 2,060만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는 2021년에 비해 3배 넘게 증가된 수치입니다.
지난 6월 1일 에너지 조사기관인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는 ‘2022년 전기차 전망보고서’를 냈는데요, 보고서는 2021년 660만대인 전 세계 전기차 보급이 2025년이 되면 2,060만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더불어 BNEF는 2025년엔 유럽과 중국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80%를 차지할 것이며, 독일, 영국, 프랑스의 전기차 비중 또한 40~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https://about.bnef.com/electric-vehicle-outlook/
2021년 기준 차종별 전기차 판매현황 (BNEF)
전기차의 증가 속도는 매우 가파릅니다. 현재 전기차는 하루 150만 배럴의 석유수요를 대체하고 있으며, 이 수요는 2025년 즈음엔 하루 250만 배럴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내연기관차 판매량은 2017년 정점을 찍고 하락중인데요, 하향 추세는 전기차 보급의 증가와 비례해 계속될 전망입니다.
전기차 보급률 세계 1위는 노르웨이입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이미 신규자동차의 90%가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인데요, 노르웨이는 2025년까지만 내연기관차를 판매하고 이후에는 판매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중국의 전기차 보급 속도도 매우 가파릅니다. 중국의 올해 전기차 보급률은 20%로, 5년 전 대비 10배 증가했는데요. 베이징은 신규차 번호판의 70%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만 배정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중국은 이미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차 수요층이 두터워졌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만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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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주행 중에는 친환경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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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제로를 향해 바삐 달려가고 있는 전기차.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전기차가 그린워싱*이라는 논란이 있습니다. 전기차가 환경을 파괴한다니 대체 무슨 얘기일까요?
*그린워싱(Green Washing): 녹색(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의 합성어로 위장환경주의를 일컫는 말
http://www.sunhakpeaceprize.org/kr/news/issue.php?bgu=view&idx=586
(그린워싱에 대한 선학평화상 기존글 바로가기)
전기차가 그린워싱이라는 주장은 이러합니다. 전기차의 생산에서 폐기까지의 생애주기전체(Life cycle assessment, LCA)에서 내연기관차보다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기차의 심장은 ‘’라고 할 수 있는데요, 배터리의 생산과 폐기과정에 화석연료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탄소가 배출된다는 주장입니다.
◎ km 당 이산화탄소배출량
2016년도 한국 환경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km 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전기차 86.9g △디젤 차량 137g △가솔린 차량 177g로 확실히 전기차가 친환경적으로 나타났습니다.
◎ 생산· 폐기과정 포함 이산화탄소배출량
그러나 생산과 폐기과정까지 포함시킬 경우 △전기차는 49.12g △디젤 차량 44.55g △가솔린 차량 44.55g으로, 오히려 전기차가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11월에 독일의 자동차회사인 폭스바겐그룹도 비슷한 실험을 했습니다. 폭스바겐그룹은 자사의 전기차와 디젤차의 생산에서 주행단계까지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비교해 발표했습니다.
*Well to Tank : 연료생산단계
*Tank to Wheel : 연료사용단계
◎ km 당 이산화탄소배출량
km 당 이산화탄소배출량은 △전기차는 142g △디젤 차량 140g으로, 전기차가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주행 중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제로였던 반면, 디젤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0g이었습니다.
◎ 차량 생산과정 중 이산화탄소배출량
반면 차량 생산과정에서 △전기차는 57g △디젤 차량 29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여, 전기차가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습니다.
◎ 연료 생산과정 중 이산화탄소배출량
연료 생산과정에서 △전기차는 85g~126g △디젤 차량은 11g으로, 전기차가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과 독일의 두 실험 모두 주행단계에서는 전기차가 친환경적이라는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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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생산 시 엄청난 이산화탄소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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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 생산단계에서 이산화탄소 발생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에는 리튬과 코발트 등의 희토류가 들어갑니다. 이런 광물의 채굴, 제련 과정에서 유해한 부산물과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합니다. 또한 채굴을 위해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영국의 민영방송 채널4는 시사프로그램 ‘Unreported World’에서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열악한 채굴현장과 피해상황을 보도했는데요, 장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코발트 채굴현장, Unreported World)
https://www.youtube.com/watch?v=ipOeH7GW0M8
전 세계 코발트의 70%가 중앙아프리카에서 채굴되는데, 이들 대부분이 지구상에서 가장 오염된 10곳 중 하나인 남부 카탕가 지역에서 채굴된다고 합니다.
이 나라 젊은이들은 한 달에 150달러를 벌기위해 아무런 보호장구 없이 맨손으로 하루 12시간씩 중금속인 코발트를 채굴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도 채굴현장으로 내몰린다고 합니다.
또한 채굴과정에서 나온 독성 물질이 강물로 흘러들어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했고 광산인근에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많이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이에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광물을 윤리적으로 생산, 유통하는지 감시하는 국제협력체인 ‘책임있는 광물 공급연합(Responsible Minerals Initiative, RMI)’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가입하고 있다고 하네요.
또한 유럽운송 환경연맹(Transport&Environment)은 기술 개발에 따라 배터리에 필요한 금속의 양은 줄어들어 배터리 생산단계에서 친환경성이 높아질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채굴과정에서 지하수 오염이 문제되는 리튬을 대신해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소듐을 활용하는 기술도 개발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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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 곤란인 폐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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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 폐기 시 이산화탄소 발생
전기차의 배터리 폐기단계에서도 환경오염 우려가 있습니다. 여러 중금속으로 만들어진 폐배터리는 유독물질로 분류됩니다. 그린피스는 2030년에는 전 세계 폐배터리 배출량이 연간 약 1,200만톤에 달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폐배터리를 별도시설에 저장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교환주기가 5년~10년인 셈을 감안할 때 폐배터리 처리도 시간문제인 셈입니다.
다행인건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논의가 비교적 활발하다는 것입니다.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 (ESS, Energy Sotrage System)로 활용하거나 분해한 광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는 전 세계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50년에는 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배터리를 태양광모듈로 활용한 네덜란드 요한크루이프 축구장, 출처 일렉트렉)
독일의 화학기업이자 재활용 전문기업인 뒤젠펠트(Duesenfeld)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분해해 원료인 니켈, 망간, 코발트, 리튬 등을 추출해 이를 다시 배터리 재생산에 투입해 96%를 재활용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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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로 달리는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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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의 동력원인 전기를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로 생산하는 것도 넘어야할 산입니다.
대안으로는 태양열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원으로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테슬라)
전기차의 글로벌 선두기업인 테슬라의 경우 태양광을 활용한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를 상용화했습니다. ‘파워월’이라 부르는 에너지저장장치를 통해 테슬라 차량 충전에도 사용하고 가정용 전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폭스바겐그룹은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원을 전기차에 사용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EU 전기혼합 기준으로 킬로미터당 62g에서 2g으로 획기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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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교통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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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기차의 탄소배출은 국가별, 기관별 조사방식에 따라 상이합니다. 전과정평가(LCA)를 봐도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화석연료차에 비해 적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2019년 네덜란드 과학저널에 게재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배터리 전기자동차의 과소평가된 잠재력'이라는 보고서를 인용하며 전기차가 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배터리 제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의 과대평가 △배터리 수명의 과소평가 △전력원이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일 것이라는 가정 △비현실적인 에너지 소비량 측정법 적용 때문에 전기차의 그린워싱 논란이 일어난다는 지적입니다.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542435119302715
비영리기구인 국제청정교통협의회(ICCT)는 전기차는 어떤 연료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지와 무관하게 내연기관차 대비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한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습니다.
(국가별 내연기관차(ICEV)와 전기차(BEV)의 생애주기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
유엔 회원국의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은 인류를 위한 글로벌 약속입니다.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탄소배출 제로 차량이 2030년까지 세계 신차 판매의 61%, 2035년까지 93%를 차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술개발이 탄소 저감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걷기, 자전거타기와 친환경 대중교통수단을 보다 많이 이용해 승용차 사용을 줄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