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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리셋합니다
생명체 대멸종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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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연박물관에 전시된 티라노사우르스 렉스의 머리뼈, 내셔널지오그래픽)
백악기에 소행성의 지구충돌로 공룡이 사라졌다.
공룡이 사라진 지구는 포유류가 지배하게 됐고 오늘에 이르렀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지구 대멸종의 역사입니다. 하지만 공룡이 사라지기 이전에 지구상의 생명체가 대부분 사라진 큰 사건(지구 대멸종)이 4번이나 더 있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지난 5억 년 동안 지구에는 다섯 번에 걸친 대멸종의 역사가 있었고 모든 유기체의 99% 이상이 멸종되었다고 합니다.
○ 첫 번째 대멸종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약 4억 8천만 년부터 4천만 년 동안 지속된 첫 번째 대량 멸종 사건입니다. 생명체의 85%가 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바다에 살고 있었는데 대기 중 이산화탄소(온실가스) 감소로 인해 빙하기가 찾아왔고 이로 인해 생태계가 무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두 번째 대멸종 (데본기 후기)
약 3억 8,300만 년 전부터 약 2천만 년 동안 모든 종의 75%가 멸종된 사건입니다.
데본기에도 생명체 대부분이 해양생물이었으나 육지에 식물이 번성하면서 영양이 풍부한 토양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녹조를 발생시켰고, 이로 인해 대부분의 해양생물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세 번째 대멸종 (페름기-트라이아스기)
약 2억 5,200만 년 전에 일어난 최악의 대멸종 사건으로 약 6만 년에 걸쳐 해양생물의 96%와 육지생물의 4분의 3이 멸종했습니다. 수많은 곤충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숲이 회복되는데 1,000만 년이 걸렸고 해양 생태계 회복에는 400만 년에서 800만 년이 걸렸습니다. 시베리아 지역의 대규모 화산폭발로 발생한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 사라진 생물로는 삼엽충이 유명합니다.
(미국 사우스다코다주에서 발견된 삼엽충 화석, 내셔널지오그래픽)
○ 네 번째 대멸종 (트라이아스기-중생대 쥐라기)
약 2억 100만 년 전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하나로 합쳐져 있던 대륙이 분열되었던 시기로, 대륙분열에 따른 중앙부 화산폭발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다시 지구를 덮쳤습니다. 이로 인해 육지, 해양 생물종의 최대 80%가 사라졌습니다.
○ 다섯 번째 대멸종 (백악기-고생대)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기였습니다. 공룡 멸망에 대해서는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죠.
약 6,600만 년 전 지름 약 12km(7.5마일)의 소행성이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졌습니다. 이때 생긴 충격으로 엄청난 먼지, 파편이 대기를 덮었고 햇빛이 차단되면서 빙하기가 찾아왔습니다.
이때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약 76%가 멸종되었습니다.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science/article/mass-extinction
(지구 대멸종에 관한 내셔널지오그래픽 자료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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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로 진행중인 지구 대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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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멸종은 끝난 것일까요? 아니면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일까요?
안타깝게도 우리는 현재 6차 대멸종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미국 하와이대와 프랑스 국립역사박물관 공동 연구진은
'6번째 대멸종 : 사실 혹은 소설인가 아니면 추정인가?'라는 연구결과를 바이올로지컬 리뷰스(Biological Reviews)에 발표했습니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111/brv.12816
이 연구에서는 육지 달팽이와 민달팽이 멸종비율을 계산해 서기 1,50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연체동물 15만~26만 종이 멸종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 200만 종의 7.5%~13%(15만~26만 종)에 해당됩니다. 지구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던 생물다양성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있는 882종(0.04%)은 대부분이 동물종에 편향되어 있어 달팽이와 같은 무척추동물을 포함할 경우 훨씬 큰 규모의 멸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를 통해 우리는 6번째 대멸종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https://www.pnas.org/doi/10.1073/pnas.1922686117
6번째 대멸종에 대한 또 다른 연구자료를 볼까요?
2020년 6월 미국 스탠포드 대학, 미주리 식물원(Missouri Botanical Garden), 멕시코 자치대학(Universidad Nacional Autónoma de México)의 연구진은 ‘생물학적 절멸과 여섯 번째 대량 멸종의 지표로서 벼랑 끝이 척추동물’이라는 논문을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습니다.
연구진은 29,400종의 육상 척추동물을 조사해 1,000마리 미만의 개체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척추동물을 확인했습니다.
연구 결과 515종이 위기에 처해있으며, 지난 세기 동안 위기에 처한 77종의 포유류와 조류 개체군의 약 94%가 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남은 개체수가 1,000마리 미만인 수마트라 코뿔소(A), 굴뚝새(B), 에스파뇰라 자이언트 거북(C), 할리퀸 개구리(D))
논문 공동저자인 Gerardo Ceballos González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2001년에서 2014년 사이 약 173종이 멸종했는데, 이는 정상적인 상황보다 25배 많은 멸종수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지난 100년 동안 400종 이상이 척추동물이 멸종했는데, 정상적인 진화과정에서 이러한 멸종은 최대 10,000년이 걸렸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과거의 대멸종들은 거대한 화산폭발이나 소행성과의 충돌과 같은 환경 재앙으로 인해 발생했으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전적으로 우리의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https://edition.cnn.com/2020/06/01/world/sixth-mass-extinction-accelerating-intl/index.html
(CNN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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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대멸종의 대상은 ‘인류’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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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해 종국에는 기존 생물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지배종이 등장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됐습니다.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bq1898?cookieSet=1
지난 8월19일 미국 하버드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캐나다 앨버타대 등의 공동연구팀은 ‘과거의 연속적인 기후위기는 파충류의 초기 진화와 복사를 주도했다’는 제목의 논문을 사이언스어드밴시스에 실었습니다.
연구팀은 3차, 4차 대멸종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며 3차, 4차 대멸종기 전후에 등장하고 사라진 125종의 화석 약 1,000개와 당시 기후상황을 분석했는데요.
3차, 4차 대멸종기에는 파충류의 수와 다양성이 그 이전, 이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면서 조류, 포유류를 압도했다고 합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Stephanie E. Pierce 하버드대 교수는 “급격한 기후변화는 새로운 생물종을 부상하게 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면서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인류가 6차 대멸종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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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구 곳곳에 벌어지고 있는 기후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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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아니 기후 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 이제 ‘기후재난’을 넘어 ‘기후재앙’이라는 단어가 더 적절해 보입니다.
유엔 산하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이 발표한 ‘2000~2019년 세계 재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7,348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해 123만 명이 사망하고, 40억 명이 피해를 당했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재해가 아니라 ‘기후재앙’이라 할만합니다.
이는 앞선 20년(1980~1999년) 동안 발생한 4,212건보다 재해 건수가 1.7배 늘어난 것으로,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되었습니다.
(출처: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
아이러니하게도 기후재앙은 지구 온난화에 별로 기여하지 않은 나라들을 덮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49도에 이르는 폭염을 경험했던 파키스탄은 불과 한 달 후인 6월부터 몬순 폭우가 쏟아져 지금은 국토의 3분이 1이 잠겼습니다.
파키스탄 기상국은 지구 온난화로 히말라야 산맥이 있는 북부지역의 빙하가 녹아 분출된 빙하수의 규모가 예년에 비해 3배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사망자가 1,100명이 넘고 인구의 7분의 1인 3천3백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수인성 전염병 우려로 세계보건기구(WHO)는 파키스탄의 홍수 상황을 최고 수준의 비상상태로 분류한 상태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파키스탄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 미만을 기여했음에도 기후변화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로 꼽힌다”고 했습니다.
(유럽우주국이 공개한 물에 잠긴 파키스탄 영토, 출처 가디언)
기후변화는 국가 간 빈부를 가리지 않습니다. 미국도 올해 양극단의 기후재난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봄과 여름을 거쳐 서부 지역에 기록적인 가뭄과 폭염, 산불로 고통을 겪었는데, 8월에는 동부지역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7월 홍수로 잠긴 미국 켄터키주 마을, 출처 로이터)
뉴욕타임스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습한 지역은 더욱 습해지고 메마른 지역은 더욱 메말라지는 양극단의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양쯔강이 말라 드러난 600년 전 불상, 출처 로이터)
(연간 평균 강수량의 변화, 출처 뉴욕타임스)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21/08/24/climate/warmer-wetter-world.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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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망가뜨린 지구, 결국 해답도 ‘인류’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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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대멸종은 이미 한참 진행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쩌면 기후위기의 원인이 인간이기 때문에 오히려 아직 희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다섯 차례의 대멸종은 화산폭발, 빙하기, 소행성 충돌 등이 그 원인으로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일어나고 있는 기후위기는 인간에 의해 촉발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인간이 해답을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급해진 국제사회는 ‘203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극단적인 화석연료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1-2년 전만해도 낯선 탄소중립이라는 단어가 어느새 익숙한 단어로 자리잡은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일 것입니다.
1만 년 전에는 야생동물이 99.9%, 인간 가축이 0.1%였지만 지금은 인간 가축이 97%, 야생동물은 불과 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실로 지구는 생물다양성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대멸종 사건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며 생존해왔습니다.
과연 인류는 탄소중립이 달성할 수 있을까요? 목표했던 속도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면, 6차 대멸종을 막을 수 있을까요?
인간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6차 대멸종, 그 끝에서 현재 지배종인 인간이 사라지고 다른 종이 지구의 주인으로 등장하게 될까요?
그 해답은 우리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