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국총회(COP)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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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당사국총회)란?
―온 가족이 함께 쓰는 신용카드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한 사람이 흥청망청 긁어도, 청구서는 가족 모두가 나눠 갚아야 하죠. 지구도 비슷합니다.네팔이 지금까지 전 세계에 내뿜은 이산화탄소는 누적 배출량의 0.01%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지난달 히말라야 빙하가 무너지며 대홍수가 덮쳤고, 초기 복구비만 6조 7,200억 원에 이를 전망이에요. 카드를 거의 긁지 않은 나라가 가장 무거운 청구서를 받아 든 셈입니다.비슷한 시기, 유럽도 기록적 폭염으로 최소 3만 5천 명을 잃었습니다. 유럽은 역사적으로 이 카드를 가장 많이 써온 나라들 중 하나인데도, 이번엔 그 무게를 제대로 느꼈습니다. UNFCCC 사무총장 사이먼 스티엘은 유럽의회를 찾아, 11월 COP31을 앞두고 EU에 더 적극적인 기후 행동을 촉구했습니다.마다 늦가을이면 각국 대표들이 회의장에 모여 자정 넘도록 문장 하나에 씨름합니다. 왜 그렇게까지 매달릴까요?이 \'가족 청구서\'를 누가 얼마나 낼지, 그 향방에 발전소와 자동차 정책, 산림 보호, 기후재난 지원금까지 달려 있거든요. 이 회의가 바로 COP,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입니다.
[COP, Conference of the Parties]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최고 의사결정 회의로, 세계 거의 모든 나라와 유럽연합이 모여 감축·적응·재원·기술협력·이행점검을 논의합니다. 말하자면 지구라는 대가족이 모여, 기후위기라는 청구서를 누가 얼마나 나눠 낼지 의논하는 자리인 셈입니다. 뒤 숫자는 회차인데, COP21은 스물한 번째 회의이자 2015년 파리협정이 채택된 자리입니다.
잠깐, COP는 기후회의만 뜻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생물다양성협약처럼 다른 국제협약에도 각자의 COP가 있거든요. 다만 숫자가 붙으면 대개 기후 COP를 가리킵니다.공식 결정은 정부 대표의 몫이지만, 현장엔 과학자와 시민단체, 원주민 대표, 청년, 기업, 언론까지 함께합니다. 외교관만의 회의라기보다 세계 기후정책이 모이는 공론장에 더 가깝습니다.
▲ (영상 준비중) COP를 소개하는 선학평화상 영상입니다.출처: 선학평화상 공식 유튜브 채널―
출발점은 1992년기후위기를 함께 다루기 시작하다
―COP의 출발점은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입니다. 그해 5월 뉴욕에서 협약문이 채택됐고,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지구정상회의에서 서명이 시작됐습니다.이때 국제사회는 기후변화를 한 나라의 환경문제가 아니라 함께 풀어야 할 공동 과제로 받아들였습니다. 한 나라의 굴뚝 연기가 지구 반대편 날씨까지 바꾼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문서에 못 박은 순간이었습니다.그 뒤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있었습니다. 1988년 만들어진 IPCC는 전 세계 기후 연구를 모아 검토하는 기구로, 1990년 첫 평가보고서가 국제협약 논의를 밀어붙인 과학적 근거가 됐습니다.협약은 1994년 발효됐고,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COP1이 열렸습니다. 이후 각국은 해마다 다시 모입니다. 기후위기는 한 번 약속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라, 목표를 계속 고치고 점검해야 하는 장기전이니까요.―
역대 COP흐름을 보면 길이 보입니다
―모든 회의가 역사책에 남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몇몇 COP는 세계 기후 대응 방향을 크게 바꿨어요. 중요한 장면만 짚어볼게요.
1997 · COP3 교토교토의정서를 채택해 선진국에 법적 구속력 있는 감축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2009 · COP15 코펜하겐포괄적 합의는 실패했지만, 개도국 지원을 위한 연 1,000억 달러 목표가 나왔습니다.
2015 · COP21 파리모든 나라가 참여하는 파리협정을 채택해, 온도 상승을 2℃보다 훨씬 낮게, 가능하면 1.5℃로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2021 · COP26 글래스고무감축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을 처음 명시하고, 파리협정 세부 규칙을 마무리했습니다.
2022~2023 · 샤름엘셰이크와 두바이손실과 피해 기금을 만들었습니다. 합의문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도 처음 들어갔습니다.
2024~2025 · 바쿠와 벨렝2035년 기후재원 목표를 확대하고, 공공·민간 재원을 연 1.3조 달러로 늘릴 로드맵을 논의했습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 사진 (COP21 파리협정과 무관한 사진입니다)처음엔 \"누가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중심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피해에 어떻게 대비할까\", \"생긴 피해는 누가 도울까\", \"돈은 어디서 마련할까\"로 의제가 넓어졌죠. 기후회의가 점점 현실의 살림살이에 가까워진 셈입니다.
기후재원 목표, 숫자보다 범위를 함께 봐야 합니다
2020년 목표 · 연 1,000억 달러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위해 공동 동원
2035년 공식 신규 목표 · 연 최소 3,000억 달러선진국이 주도하고 공공·민간 재원이 참여
2035년 광범위한 확대 목표 · 연 최소 1.3조 달러모든 국가·국제금융기관·민간부문을 포괄
▲ 1,000억 달러와 3,000억 달러는 선진국이 주도하는 집단적 목표입니다. 1.3조 달러는 모든 공공·민간 재원을 아우르는 더 넓은 목표라서, 액수만 단순 비교하면 안 됩니다.출처: UNFCCC, COP15·COP29 및 Baku to Belém Roadmap―
회의장에서는무엇을 협상할까요
―COP를 \'온실가스를 줄이는 회의\'로만 생각하면 절반만 본 겁니다. 기후라는 한 단어 아래 서로 다른 숙제가 함께 올라오거든요. 다섯 갈래로 나눠보면 훨씬 쉽습니다.
COP의 다섯 가지 핵심 의제
1. 감축(Mitigation)석탄·석유·가스와 산림 훼손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얼마나 빨리 줄일지 정합니다.
2. 적응(Adaptation)폭염·홍수·가뭄·해수면 상승에 대비하는 방재시설, 물관리, 조기경보를 다룹니다.
3. 기후재원(Climate Finance)대응 비용을 누가 얼마나, 지원금인지 대출인지로 부담할지 협상합니다.
4.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적응으로 못 막은 국토 침수·생계 상실 같은 피해를 어떻게 지원할지 논의합니다.
5. 이행과 점검각국이 약속을 지켰는지 보고·비교하고, 배출량 계산법과 탄소시장 규칙도 이때 정합니다.
집에 물이 새는 상황으로 비유해볼까요?감축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일, 적응은 물막이판을 세우는 일, 손실과 피해는 이미 젖어버린 집을 복구하는 일입니다.\'손실과 피해\', 아직 추상적인가요?앞서 짚었던 네팔 이야기, 조금 더 들여다볼게요.
2026년 네팔 대홍수손실과 피해 기금의 시험대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네팔·티베트 지역의 수력발전소·도로·주택이 초토화되며 1,300명 넘게 숨지고 5,300명 이상이 실종됐습니다. 네팔 정부는 2022년 COP27에서 만든 \'손실과 피해 기금\'에 지원을 요청했는데요. 기금엔 실제로 약정액의 절반 수준인 4억 4,800만 달러(약 6,035억 원)만 들어와 있습니다. 필요한 복구비 50억 달러(6조 7,200억 원)를 놓고 보면, 전부 네팔에 써도 9%에 불과합니다. 카드를 거의 긁지 않은 나라가 정작 청구서는 가장 무겁게 떠안은 겁니다. 11월 COP31이 이 기금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출처: 세계일보, \"6조원 넘는 네팔 홍수 복구비… COP31 \'기후 보상\' 시험대\" (2026.9.12)이 다섯 가지는 따로 놀지 않습니다. 석탄발전을 줄이려면 새 산업과 일자리가, 재난 대비엔 돈과 기술이 따라와야 하니까요. COP가 환경회의이자 경제·복지·개발 회의이기도 한 이유입니다.―
왜 이렇게 느릴까요그래도 COP가 필요한 이유
―카드를 가장 많이 긁으며 성장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거의 쓰지 않았지만 청구서 폭탄을 맞는 나라도 있습니다. 화석연료 수출에 기대는 나라와,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를 잃을 위기의 섬나라가 한 테이블에 앉습니다.
협상이 느린 세 가지 이유
① 책임이 다릅니다과거 다(多)배출국과 현재 배출이 급증하는 나라가 서로 다른 책임을 주장합니다.
② 비용과 생계가 걸려 있습니다화석연료 감축엔 공감해도, 전환 비용과 일자리를 누가 감당할지는 쉽지 않습니다.
③ 대부분 합의로 결정합니다강한 반대가 남으면 결론을 내기 어려워, 단어 하나가 여러 번 고쳐지고 회의도 길어집니다.
▲ 예시 사진 (COP 파리협정과 무관한 사진) 자정을 넘긴 COP 협상장에서 각국 대표단이 막바지 문안 조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물론 COP가 만능 열쇠는 아닙니다. 문장을 채택했다고 다음 날 발전소가 사라지지도, 각국 정책을 대신 집행할 \'세계정부\'가 생기지도 않으니까요.그래도 COP는 공동 목표와 공통 규칙을 만듭니다. 배출량을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고, 각국의 약속을 공개하며, 필요한 돈과 기술의 흐름을 논의합니다. 말하자면 세계가 함께 쓰는 기후 규칙책이자 성적표인 겁니다.불완전하다고 없앨 수는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국경을 가리지 않고, 어느 한 나라가 혼자 풀 수도 없으니까요. 서로 다른 나라들이 같은 탁자에 앉는 일 자체가 이미 해결의 출발점입니다.―
약속과 현실 사이아직 얼마나 멀까요
―COP에서 약속은 계속 쌓였지만, 실제 감축 속도는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5년 평가에 따르면, 그해 9월까지 제출된 각국의 감축목표(NDC)를 모두 이행해도 금세기 온난화는 2.3~2.5℃, 당시 시행 중이던 정책만 유지하면 약 2.8℃에 이를 전망이었습니다.파리협정의 1.5℃ 목표는 한 해가 아니라 수십 년의 장기 평균으로 판단합니다. 한 해만 보면 2024년은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약 1.55℃ 높았지만요.
2025년 평가에서 본 금세기 온난화 경로
1.5℃ · 파리협정이 추구하는 장기 목표
2.3~2.5℃ · 2025년 9월까지 제출된 감축목표를 모두 이행할 경우
2.8℃ · 그 무렵까지 시행 중이던 정책만 유지할 경우
▲ UNEP가 2025년 9월까지 제출된 감축목표(NDC)와 당시 시행 정책을 바탕으로 계산한 전망입니다. 이후 각국이 정책을 강화하면 경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출처: UNEP, Emissions Gap Report 2025그렇다고 \"이미 늦었다\"며 손을 놓을 순 없습니다. 온도가 0.1℃만 달라져도 폭염·홍수·가뭄에 노출되는 사람과 생태계 규모가 달라지니까요.그럼 얼마나 더 줄여야 할까요?같은 보고서는 2035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를 2019년보다 약 55%, 그러니까 절반 넘게 줄여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이 숙제를 모든 나라가 똑같이 나눠 지는 건 아니에요. 아프리카연합을 뺀 G20 나라들만 해도 전 세계 온실가스의 77%를 뿜어내고 있거든요. 앞서 말한 가족 카드로 치면, 몇몇 나라가 카드값의 대부분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몇몇이 얼마나 아껴 쓰느냐에 지구 전체의 앞날이 달려 있어요.
2025년 평가 기준 세계 온실가스 배출 비중
G20 회원 77%
그 외 23%
※ G20 수치에서는 아프리카연합을 제외했습니다.
▲ 주요 배출국의 감축 속도가 세계 전체의 기후 경로를 크게 좌우합니다.출처: UNEP, Emissions Gap Report 2025―
COP 뉴스이렇게 읽으면 쉽습니다
―COP 뉴스엔 낯선 약어와 큰 숫자가 쏟아집니다. 전부 외울 필요는 없어요. 세 가지만 물어보면 핵심이 보입니다.
COP 뉴스를 읽는 세 가지 질문
1. 목표가 실제로 강해졌나?새 표현보다 감축 시기·범위가 구체적으로 나아졌는지가 중요합니다.
2. 돈과 책임의 주체가 분명한가?얼마가 필요한지보다 누가·어떻게·언제까지 마련할지를 봅니다.
3. 국내 정책으로 이어지나?국제 약속이 에너지·교통·건물 정책, 법과 예산에 반영되는지 봅니다.▲ 예시 사진 : 청년 기후활동가들이 각국 정부의 기후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거리 행진에 나섰습니다.회의장 안의 합의만으론 부족합니다. 정부는 약속을 법과 예산으로 옮겨야 하고, 기업은 실제 배출을 줄여야 합니다. 더 취약한 나라와 사람을 지원하는 일도 함께 가야 합니다.
회의장 안과 밖, 두 단계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1. 국제사회가 할 일더 강한 감축목표를 세우고 투명하게 점검하며, 기후재원과 기술을 필요한 곳에 전달해야 합니다.
2. 우리가 할 일에너지·이동 습관을 바꾸는 동시에, 정부와 기업이 약속을 지키는지 살피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COP는 느리고, 때로는 답답합니다. 그래도 온 가족이 같은 청구서를 놓고 함께 계산기를 두드리는, 몇 안 되는 자리입니다.중요한 건 회의가 열렸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약속이 실제 감축·적응·피해 지원으로 이어지느냐입니다. 오늘의 협상이 미래세대의 안전한 일상이 되려면, 회의장 안의 문장과 우리 사회의 행동이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글. 최연제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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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2. IPCC, History of the IPCC
3. UNFCCC, The Kyoto Protocol
4. UNFCCC, The Paris Agreement
5. UNFCC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6. UNFCCC, The Glasgow Climate Pact — Key Outcomes from COP26
7. UNFCCC, COP27 Agreement on the Loss and Damage Fund
8. UNFCCC, COP28 Agreement and the UAE Consensus
9. UNFCCC, COP29 Agrees to Triple Finance to Developing Countries
10. UNFCCC, Baku to Belém Roadmap to USD 1.3 Trillion
11. COP30 Presidency, COP30 Approves Belém Package
12. WMO, 2024 Warmest Year on Record at About 1.55℃ Above Pre-industrial Level
13. UNEP, Emissions Gap Report 2025: Off Target
14. 세계일보, \"6조원 넘는 네팔 홍수 복구비… COP31 \'기후 보상\' 시험대\" (2026.9.12)
2026.11.02